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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동물 조합원'…첫 협동조합 동물병원 '우리동생' 개원
'사람·동물 조합원'…첫 협동조합 동물병원 '우리동생' 개원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6.04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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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열린 협동조합 ´우리동생 동물병원´ 개원식에 참석한 조합원 및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국내 최초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탄생했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정경섭·이하 우리동생)은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우리동생' 동물병원 개원식을 열었다.

'우리동생' 동물병원은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받고 병원 수익을 저소득층 지원 등 사회에 환원하는 협동조합 병원이다. 협동조합이 수의사를 고용해 여는 형태의 병원은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우리동생'은 지난 2013년 5월 반려동물에 관심 있는 서울 마포구 지역주민들이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4년 7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난 '우리동생'은 올해 2월 인가를 받아 정식 출범했다.

지난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뒤 동물병원 진료비는 병원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소비자 혜택을 늘리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오히려 동물병원 진료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우리동생'은 동물 의료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진료비용을 '적정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동물병원의 진료비용은 조합원과 전문가들이 함께 결정한다. 이를 통해 과잉진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단순한 의료비용 낮추기가 아닌 조합원과 의료진의 올바른 관계 형성과 반려동물을 매개로 한 지역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동물병원 매출과 간식사업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교육 프로그램 운영, 유기동물 치료비 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우리동생'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기견으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가 입양된 개 '써니', 대형마트에 버려진 뒤 입양된 고양이 '나타샤'가 동물 대표로 참석했다.

동물병원 입구에는 '우리동생' 정관 '사람편'과 '동물편'이 나란히 걸려 있다.

동물편에는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들은 말로 아픔이나 고통을 호소하지 못한다' '우리는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굶주림과 갈증 불안과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우리의 죽음이 존엄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등 동물의 입장을 담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개원식 축사에서 "조합 설립 과정에서 인가를 내달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얘기했더니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하더라"며 "'우리동생' 설립으로 동물복지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의 지역구인 고양시에 두번째 우리동생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경섭(44) 이사장은 "협동조합 동물병원을 설립해 동물들에게 적합한 의료서비스와 관련 교육을 주민에게 제공함으로써 동물 복지를 실현하고 함께하는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협동조합을 매개로 지역 사회의 상호 돌봄망이 구성되어 마을공동체 역량에 기여하고, 기존 사람 육아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던 돌봄망 이외에 1인 가구 및 독거노인들의 반려동물을 매개로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동생' 조합원 수는 이날 현재 사람 954명, 동물 1743마리다.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열린 협동조합 '우리동생 동물병원' 개원식에 참석한 조합원 및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갖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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