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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돌보는 캣맘·캣대디들 끊이지 않는 '수난'
길고양이 돌보는 캣맘·캣대디들 끊이지 않는 '수난'
  •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승인 2015.10.12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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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서부경찰서는 지난 8일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다 벽돌에 맞아 숨진 박모(55·여)씨 사건과 관련해 제보 전단을 배포했다.(사진 용인서부경찰서)© News1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경기도 용인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여성)'이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하는 등 길고양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2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박모(55·여)씨가 아파트 상층부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졌다. 함께 있던 또 다른 박모(29)씨도 다쳐 병원치료를 받았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은 누군가 고의적으로 벽돌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제보 전단을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동안 캣맘·캣대디(길고양이를 돌보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건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위협부터 보복성 폭행 등 '수난'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한 게시글은 캣맘·캣대디에 대한 혐오의 정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길고양이 사료를 놓아 둔 장소로 추정되는 벽에는 '여기에 고양이 사료 주지마. 잡히면 손목을 잘라 버린다'는 섬뜩한 경고문이 붙어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서 5년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30대 여성 A씨는 한 중년 남성에게 멱살을 잡혔고, 놀라서 뿌리치자 주변에 있던 쇠파이프로 위협을 받기도 했다.

같은해 7월 동대문구청이 '중성화(TNR)사업' 홍보를 위한 현수막을 걸자 이웃주민들이 현수막을 떼어버리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 7월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남성 B(52)씨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여성 A(52)씨를 폭행한 뒤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집어넣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1일 한 네티즌은 '여기에 고양이 사료 주지마. 잡히면 손목을 잘라 버린다'는 섬뜩한 경고문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News1

길고양이에게 직접 물리적 학대를 가하며 캣맘·캣대디를 위협한 사례도 많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서교동·연남동 주택가 일대에서 길고양이들이 독극물로 연이어 독살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달 이연복 셰프는 SNS에 자신이 돌보던 길고양이를 누군가 죽인 후 보란 듯이 자신의 차 뒤에 버렸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2012년 8월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유기묘 카페 '나는 고양이'를 운영하는 엄모(36)씨의 카페 앞에 누군가 임신한 고양이의 배를 가른 사체를 가져다 놓아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동물보호단체 게시판에 "얼마 전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에게 무시와 협박을 당했다"며 "다른 캣맘들도 이번 용인 '캣맘 사건' 이후 자신도 화를 당할까 두려워하는데 선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떠는 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네티즌은 "길고양이나 캣맘들에 대한 혐오가 범죄로 이어지는 게 문제이지만, 길고양이나 유기견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외국에서는 지역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봉사자들을 '케어테이커(Care Taker)'라고 부르는데, 이들을 길고양이 문제를 유발하는 사람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활동에 대한 이해없이 박해만 한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사업(TNR), 급식소, 쉼터 제공이 병행이 되고, 지역 주민들이 중성화 사업과 케어테이커들의 활동에 대해 이해하도록 지자체가 나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죽일 경우 동물보호법(제 8조 1항 및 2항)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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