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0:38 (금)
"도축장에 매각된 사슴과 흑염소 살려냈습니다"
"도축장에 매각된 사슴과 흑염소 살려냈습니다"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10.18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슴과 흑염소 매각사태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관람객에게 전시하던 사슴과 흑염소 43마리를 식용사슴 도축장에 판매한 서울대공원은 매각된 사슴과 흑염소를 재매입해 자연적 죽음에 이를때까지 책임있게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2015.10.18/뉴스1 © News1 고성준 인턴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사슴과 흑염소를 시민의 힘으로 살려냈습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원장 노정래)의 전시동물 도축농장 매각사태가 두 달만에 극적으로 해결됐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공동대표 박소연·전채은)·동물을 위한 행동(대표 전채은)은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매각된 사슴과 흑염소 등에 대한 서울동물원측과 합의사항을 공개했다.

우선 케어와 서울동물원은 매각된 사슴과 흑염소를 재매입 후 수용 가능한 다른 동물원과 목장으로 옮겨 사육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동물들에 대한 중성화 등 복지문제 전반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 주체가 되고, 해당 동물원과 목장은 사슴과 흑염소를 자연적 죽음에 이를 때까지 책임 있게 보호·관리하기로 했다.

사슴과 흑염소 수컷의 중성화 수술은 서울대공원이 책임을 지고 시행한다.

또 사슴과 흑염소를 보호하는 동물원과 목장은 케어와 서울동물원의 동의 없이 동물을 매각할 수 없으며,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서울동물원은 향후 상업적이고 비인도적인 매각을 하지 않으며, 실험동물윤리위원회 내에서 동물원 동물복지에 대한 심의를 확대하고 독립된 동물복지위원회 설치에 노력하기로 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등은 1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슴과 흑염소 매각사태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유연(10·종로구 가회동)군과 가르시아 '케어' 미국 법인 대표, 케어 회원들. 2015.10.18/뉴스1 © News1 고성준 인턴기자

앞서 지난 8월 19일 사슴과 흑염소 등 서울대공원 전시동물 43마리가 도축농장으로 매각된 뒤 케어 등은 해당 동물들의 재매입을 요구해왔다.

이후 사태 해결이 지연되자 에이제이 가르시아 '케어' 미국 법인 대표(해외동물보호단체 Mercy for Animals 활동가)가 지난 9일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1인 시위 및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가르시아 대표는 "(서울동물원은) 가족처럼 돌봐왔던 동물들이 도축장에 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되돌려 놓으려는 노력도 의지도 없었다"며 "사슴과 흑염소를 도축장으로 보내는 이 비상식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동물운동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단식농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9일 동안 받은 억압과 무시는 그 백만 배 이상으로 한국의 동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여러분들이 결국 서울동물원의 동물들을 살려냈다. 동물들은 동물원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돌아가서 건강한 목초를 뜯으며 살아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르시아 대표는 이날 농성기간 중 현장을 찾아 도움을 준 케어 회원들과 종로구 가회동 주민들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매일 농성장을 찾아와 자신을 응원해준 유연(10·종로구 가회동)군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유연군은 "에이제이 아저씨가 사슴과 흑염소를 살리기 위해 단식하는 것을 보면서 진심으로 동물들을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며 "어른들이 개와 사슴 그밖의 동물들을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동물원들의 동물들을 모두 고향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채은 대표는 "동물복지라는 것은 동물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든 제도가 잘못됐다면 그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이런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매입 된 동물들은 이르면 다음주 중 대전 오월드 동물원과 전북 진안의 한 농장으로 나눠져 옮겨질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