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0:23 (금)
이상은 '풀뿌리 동물보호'…현실은 '걸음마 못뗀 초등생'
이상은 '풀뿌리 동물보호'…현실은 '걸음마 못뗀 초등생'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11.23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 경북 경산시 한 아파트단지에 설치해 놓은 사료통에서 목이 잘린 새끼 길고양이의 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자료사진,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홈피) ©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08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으로 동물보호감시원이 전국에 배치됐어요. 올해 초등학생이 된 셈이죠. 그런데 아직 걸음마도 못떼고 있습니다."

도입 7년째를 맞은 국내 '동물보호감시원'제도를 두고 동물보호단체 임원이 한 말이다.

동물보호감시원은 반려동물의 보호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농림축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 및 시·군·구가 그 소속 공무원 중에서 임명한 사람이다.(동물보호법 제40조제1항 및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14조제1항)

이들은 ▲동물의 적정한 사육·관리에 대한 교육 및 지도 ▲동물학대행위의 예방, 중단 또는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 ▲동물의 적정한 운송 및 도살방법에 대한 지도 ▲동물보호센터의 운영에 관한 감독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인증받은 농장의 인증기준 준수 여부 감독 등을 한다.

또한 ▲동물판매업자 및 동물장묘업자의 시설, 인력, 등록사항, 준수사항, 교육 이수여부에 관한 감독 ▲동물의 보호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 방지 등을 위한 조치, 보고 및 자료제출 명령의 이행 여부 등에 관한 확인 지도 ▲동물보호명예감시원에 대한 지도 ▲그 밖의 동물의 보호 및 복지 증진에 관한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처럼 '풀뿌리' 동물보호시스템이 되어야 할 동물보호감시원제도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동물보호단체 카라(대표 임순례)는 최근 전국의 동물보호감시원 및 동물보호담당 공무원 총 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보호감시원들의 업무 수행기간은 '2년 이상'(41%)이 가장 많았고, 이어 '1년 이상'(20%), '6개월 이상'(20%)이 뒤를 이었다.

동물보호감시원이 현재 맡고 있는 전체 업무 가운데 동물보호감시원 업무의 비중을 묻는 질문에는 '10% 미만'(28%)이란 대답이 가장 많았고, '절반 이상'이란 대답은 고작 14%였다.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동물보호감시원으로 임명된 담당자 대부분이 동물보호 업무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무와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동물보호감시원의 경우 본인이 담당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동물보호 전담관이 되면 적극적인 업무수행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그렇다'(41%)와 '매우 그렇다'(20%)가 과반수를 넘겼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현실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업무의 애로사항도 문제였다.

동물보호감시원들은 '동물보호 업무 전담관이 수행해야 한다'(44%), '직무 전문성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19%), '예산 증액'(16%), '대시민교육'(12%), '동물보호법 개선'(5%), '명예감시원과의 협력'(1%) 등의 순으로 답했다.

동물보호감시원들은 민원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 동물보호감시원은 "인력, 예산의 한계가 있음에도 모든 결과를 담당자에게 돌린다"며 "마음 같아서는 왜 더 잘하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밖에 많은 동물보호감시원들이 '심야 및 휴일 업무처리', '동물보호법을 무시한 민원', '혐오와 보호 민원인간 갈등 중재'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를 제대로 처벌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을 세밀하게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학대의 개념을 매우 좁은 범위로 담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이 생명체임에도 법적 평가는 민법상 '물건'으로 규정해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른 이가 소유한 동물에 해를 가할 경우에도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한다.

때문에 동물보호감시원의 역할과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동물보호감시원 제도가 잘만 운영되면 전국적으로 균등한 동물복지 실현도 가능할텐데 답답하다"면서 "우선 동물보호감시원이 전담 업무가 되어야하며, 그렇게 되면 지명된 이들의 직무 수행 의지가 더욱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라에서 명예감시원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동물보호감시원의 직무 전문성을 보조해 더 많은 동물들이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며 "동물보호의 망을 전국적으로 펼쳐야 하고, 그 망을 갈수록 촘촘히 해야한다. 구체적으로 농식품부 과장급 이상의 동물보호 전담관과 각 지자체의 동물보호 전담관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