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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동물학대 시설'이 교육청 인증기관으로 홍보까지…
[단독]'동물학대 시설'이 교육청 인증기관으로 홍보까지…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12.02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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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현장체험학습기관인 각종 시설'에 있던 동물들.(자료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어린이 현장체험학습기관이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유익한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2년까지 현장체험학습기관 인증제를 운영했다. 지정된 기관 및 업체가 무려 231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아이들이 동물을 직접 만지거나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만지고 노는 시설이 현장체험학습기관에 포함된 것도 문제지만, 동물학대 등으로 논란이 된 체험시설들 조차 인증기관에 이름이 올라있다.

해당 사업은 이미 2012년 2월 15일에 폐지됐지만 일부 시설 및 기관들이 아직까지 '서울시교육청 지정 현장체험학습기관'으로 홍보하면서 아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시교육청은 2012년 사업 폐지후 6개월이 지난 그해 8월 22일에 현장체험학습기관 인증제의 종료를 알리고 지정기관 명패 철거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한 차례 보냈을 뿐이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기관 인증은 따로 유효기간을 정한 것도 아니었고 이후 실태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리 책임이 있는 시교육청이 사실상 방치한 셈이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가 현장조사를 통해 파악한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였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시설의 경우 동물을 만지고 체험하고 개구리 해부까지 하는 곳인데 '서울시교육청 지정 현장체험학습기관'이란 간판을 내걸고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다.

또한 열악한 시설환경에서 원숭이나 실명한 거북이를 전시한 사례도 있었다.

이밖에 생태적 습성이 맞지 않는 여러 동물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전시장을 운영하거나, 동물쇼를 빙자한 동물학대가 문제로 지적된 곳도 다수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현장체험학습기관에 설치된 명패.© News1

박물관, 생태학교, 동물원 등으로 이름 붙여진 이들 체험학습기관에서 흔히 전시되는 토끼, 햄스터, 병아리 같은 소동물들은 사람과의 접촉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쉽게 폐사하고, 열악하고 노후한 시설 속 호랑이, 곰, 늑대 등 전시동물은 상동증(Stereotypy)과 같은 이상 증세를 보였다.

또 소규모 동물원에서는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주로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창)을 사용하는데, 이는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지 못하고 동물의 발바닥과 관절 기형 등을 유발시키는 대표적인 비윤리적 동물 사육방식이다.

시교육청은 현장체험학습기관 인증제의 문제점 등을 보완해 2013년부터 '서울교육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체험학습기관의 질제고 및 기 관 교육기부 참여 활성화를 위해 새로 도입된 이 인증제를 통해 2013년 20개, 2014년 59개의 시설·기관이 지정됐다.

올해는 재지정 44개 곳을 포함한 75개 기관이 인증을 받았다. 이 가운데는 현장체험학습기관으로 인증받았던 동물체험 시설 2곳도 포함돼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된 시설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실사단을 구성해 실태를 점검하겠다"면서 "다만 현재 '서울교육인증제'는 2년 인증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 만료전에라도 수행역량·프로그램 운영·기관 운영의 적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뱀을 목에 감거나, 작은 동물을 손으로 들고 구경하는 방식의 동물체험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주어 야생동물에 대한 반생태적이고, 비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위험이 있다"면서 "동물체험은 호기심 충족 외엔 별다른 교육적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물이 동물의 생태에 대해 훨씬 자세히 배울 수 있는 검증된 교육방법"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현장체험학습기관 제도가 2012년에 폐지됐지만 아직까지 인증기관으로 홍보하는 곳이 여러 곳 존재한다"면서 "하루빨리 이들에 대한 인증 취소 절차가 정확히 이뤄져야 하고, '서울교육인증제도' 역시 동물전시·체험 시설이 인증을 받을 수 없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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