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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입양된 반려동물들,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해외로 입양된 반려동물들,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천선휴 기자
  • 승인 2015.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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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4일 LA의 한 가정에 입양된 믹스견(왼쪽)과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로 입양 간 진돗개. 이 두 반려견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사진 장병권 BK International 대표 제공)© News1©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천선휴 기자 = #국내 식용견 농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누렁이. 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된 뒤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날아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맥스'라는 이름도 생겼다. 뜬장에 갇혀 음식쓰레기를 먹던 한국 생활에 비해 그곳은 지상낙원이다.

#미국의 한 타운 거리. 비쩍 마른 개 한 마리가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그런데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국에서 태평양을 건너와 새 주인을 만났던 진돗개 백구다. 하지만 백구는 미국으로 온지 6개월만에 다시 거리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국내에서 해외로 입양되는 게 사람뿐만 아니다. 개들 역시 바다 건너 해외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 수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반려동물의 해외입양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그런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 수출현황과 관세청 통관기록 등을 통해 유추해볼 수는 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5년(2011~2015)간 개, 고양이 수출현황에 따르면 한해 평균 1만 마리 이상, 하루 평균 20~30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이 해외로 나간다. 물론 해외입양외 다른 목적으로 보내진 개와 고양이까지 모두 합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2011년 1만72마리(개 8746마리·고양이 1326마리) ▲2012년 1만175마리(개 8650마리·고양이 1525마리) ▲2013년 9631마리(개 7895마리·고양이 1736마리) ▲2014년 1만661마리(개 8760마리·고양이 1901마리) ▲2015년(10월까지) 1만439마리(개 8674마리·고양이 1765마리)가 미국, 캐나다, 중국 등으로 보내졌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지난 9월 충청남도 한 식용견 농장에서 103마리의 개를 구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보냈다.

이 단체는 지난 3월에도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식용견 농장에서 57마리의 개를 구출해 캘리포니아로 보내는 등 올해만 195마리의 개들을 미국으로 보냈다.

우선 건강한 개들부터 미국 전역으로 입양시켜 새 주인을 만나게 해줬고, 일부 사회성이 부족한 개들은 입양을 위해 행동교정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반려견들의 해외입양 관련 일을 6년간 해왔다는 한 동물보호단체 전 대표는 해외로 보내지는 개들이 매주 10마리가 넘는다고 말한다.

그가 2009년 미국으로 보낸 누렁이는 좋은 가정에 입양돼 올해 여덟살이 됐고, 국내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에 올랐던 믹스견은 비버리힐스로 가 새로운 가족들을 만났다.

한국의 개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캐나다로 입양된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양 절차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누렁이로 불리는 믹스견을 비롯해 진돗개, 퍼그 등이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현지인들은 장애 여부나 생김새와 상관없이 사교성이 좋은 개를 선호한다.

미국 시보호소에 올라온 안락사 임박한 한국 반려견들.© News1

이처럼 반려견들의 해외입양이 늘고 있는 만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반려견 해외입양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어난 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년째 미국에서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 온 한 동물보호단체가 캠페인을 통해 기부금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한국의 개농장에서 데려간 개를 이용해 "한국에서 죽을 뻔한 개를 데리고 왔으니 기부해달라"고 홍보하고 모금이 끝나자 개를 입양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부 안락사시켰다.

이처럼 후원금을 노리고 만들어진 동물보호단체들이 최근 2~3년 사이 미국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영세한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된 개들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더라도 파양(罷養)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다시 보호시설로 보내진 뒤 안락사 대상에 오르거나 버려져 유기견이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또 다른 반려견 해외입양 관계자는 "미국에 떠도는 유기견 중에는 한국에서 온 백구나 발바리들이 자주 목격된다"면서 "반려견 해외입양이 돈을 벌 수 있는 구멍이 많다보니 개인이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동물보호단체들이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농장에서 사육되던 개들은 대개 사회성이 부족하고 공격성을 띄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입양 전 훈련과 입양 후에도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파양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개고기 음식 문화로 인해 해외 단체들이 국내에 들어와 직접 동물들의 입양을 추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데 해당 단체들은 동물의 입양 후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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