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지난해 10월 세상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이 고양이의 사진 한 장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떠돌며 많은 이들의 한숨과 눈물을 만들었다.
사진 속 고양이는 길고양이였다. 그런데 작고 여린 이 고양이는 한 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심각했다. 등에 자리잡은 깊고 넓은 상처는 속살을 드러내 마치 허리가 잘려보일 정도였다.
고양이의 사진을 찍어 안타까운 사연을 세상에 알린 이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여러마리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던 '캣맘'이었다.
이 시민은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의 상처가 심각함을 느끼고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이곳 저곳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상처가 심각한 길고양이를 돕겠다고 나서는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고양이보호 전문단체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에 구조을 요청했다.
제보자가 보내준 사진을 본 유주연 이사장은 고양이가 '교상(물려서 생긴 상처)'을 입고 시간이 오래된 상태라는 걸 직감했다. 들개에게 물렸는지 아님 영역싸움에서 밀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 유 이사장은 나비야사랑해 윤미경 감사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보자가 말해준 성산일출봉 근처 작은 카페에 도착한 유 이사장 일행은 고양이의 안전을 위해서 즉각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오전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고양이는 오후 늦게서야 밥을 먹기위해 그곳에 나타났다.
유 이사장 눈에 들어온 고양이의 상처는 사진보다 더 심각했다. 얼마간의 기다림 속에 마침내 아픈 고양이의 구조에 성공했다.
고양이가 찾아왔던 카페의 이름을 따 '달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서울로 데려와 치료를 시작했다.
달리를 구조한 뒤 일주일쯤 지난 2016년 10월24일. 놀라운 사건이 또 일어났다.
'나비야사랑해'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신기하게도 도움을 요청한 고양이의 상태가 달리와 똑닮아 있었다. 이번엔 지리산이었다.
유 이사장과 윤 감사는 이번에도 지체없이 지리산으로 달려갔다. 자동차로 8시간을 달려 도착한 작은 사찰에 정말 또 다른 달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움을 요청한 이는 고양이를 '은동'이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은동이는 8개월 전 등에 작은 상처가 났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등을 온통 뒤덮을 정도로 상처가 커졌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구조작업으로 무사히 은동이를 구한 유 이사장은 서울로 돌아와 연계 동물병원에 입원시켰다. 일주일전 입원한 달리가 있는 곳이었다.
이처럼 기막힌 우연의 두 마리 고양이들은 '나비야사랑해' 품에 안겨 목숨을 건졌으나 운명은 엇갈렸다.
다친 상처나 학대 받은 경험이 있는 동물들은 사람을 더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달리는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역시 사람을 두려워했다. 그러다보니 수술 후 상처가 아물기전에 또 수술, 그리고 이어진 재수술까지 모두 3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까칠한 성격의 달리는 현재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서 사람들과 눈 맞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반면, 은동이는 수술 후 건강이 회복되자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시 열어주었다. 결국 본인의 이름을 지어준 구조요청자에게 입양돼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유 이사장은 "달리가 언제쯤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달리를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나비에게 행복을] 시리즈 더보기
◆스토리펀딩 '너의 다리, 너의 두 눈이 되어줄게' 바로가기
저작권자 ©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해피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