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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처 가진 두 고양이의 '엇갈린 묘생'
같은 상처 가진 두 고양이의 '엇갈린 묘생'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7.07.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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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유기견 '토리'와 길고양이 출신 '찡찡이'가 대한민국 '퍼스트 도그'·'퍼스트 캣'이 됐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만큼 우리 사회는 동물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한해 평균 8만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이 발생하듯 여전히 버려지고, 학대 당하며, 이유 없이 고통 받는 생명들도 많다. <뉴스1>의 반려동물 전문 플랫폼 '해피펫'은 고양이보호단체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와 함께 '나비에게 행복을'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 땅에서 고통받는 생명들의 아픔과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행복을 찾아준 사연 등을 통해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구조 당시 '달리'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지난해 10월 세상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이 고양이의 사진 한 장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떠돌며 많은 이들의 한숨과 눈물을 만들었다.

사진 속 고양이는 길고양이였다. 그런데 작고 여린 이 고양이는 한 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심각했다. 등에 자리잡은 깊고 넓은 상처는 속살을 드러내 마치 허리가 잘려보일 정도였다.

고양이의 사진을 찍어 안타까운 사연을 세상에 알린 이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여러마리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던 '캣맘'이었다.

이 시민은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의 상처가 심각함을 느끼고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이곳 저곳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상처가 심각한 길고양이를 돕겠다고 나서는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고양이보호 전문단체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에 구조을 요청했다.

구조 당시 '달리'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제보자가 보내준 사진을 본 유주연 이사장은 고양이가 '교상(물려서 생긴 상처)'을 입고 시간이 오래된 상태라는 걸 직감했다. 들개에게 물렸는지 아님 영역싸움에서 밀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 유 이사장은 나비야사랑해 윤미경 감사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제보자가 말해준 성산일출봉 근처 작은 카페에 도착한 유 이사장 일행은 고양이의 안전을 위해서 즉각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오전내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고양이는 오후 늦게서야 밥을 먹기위해 그곳에 나타났다.

유 이사장 눈에 들어온 고양이의 상처는 사진보다 더 심각했다. 얼마간의 기다림 속에 마침내 아픈 고양이의 구조에 성공했다.

고양이가 찾아왔던 카페의 이름을 따 '달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서울로 데려와 치료를 시작했다.

구조후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은동.(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달리를 구조한 뒤 일주일쯤 지난 2016년 10월24일. 놀라운 사건이 또 일어났다.

'나비야사랑해'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신기하게도 도움을 요청한 고양이의 상태가 달리와 똑닮아 있었다. 이번엔 지리산이었다.

유 이사장과 윤 감사는 이번에도 지체없이 지리산으로 달려갔다. 자동차로 8시간을 달려 도착한 작은 사찰에 정말 또 다른 달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움을 요청한 이는 고양이를 '은동'이라고 불렀다. 그에 따르면 은동이는 8개월 전 등에 작은 상처가 났는데, 시간이 흘러 이제는 등을 온통 뒤덮을 정도로 상처가 커졌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구조작업으로 무사히 은동이를 구한 유 이사장은 서울로 돌아와 연계 동물병원에 입원시켰다. 일주일전 입원한 달리가 있는 곳이었다.

다친 상처가 아물고 따뜻한 가정에 입양간 '은동'.(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이처럼 기막힌 우연의 두 마리 고양이들은 '나비야사랑해' 품에 안겨 목숨을 건졌으나 운명은 엇갈렸다.

다친 상처나 학대 받은 경험이 있는 동물들은 사람을 더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달리는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역시 사람을 두려워했다. 그러다보니 수술 후 상처가 아물기전에 또 수술, 그리고 이어진 재수술까지 모두 3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까칠한 성격의 달리는 현재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서 사람들과 눈 맞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반면, 은동이는 수술 후 건강이 회복되자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시 열어주었다. 결국 본인의 이름을 지어준 구조요청자에게 입양돼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유 이사장은 "달리가 언제쯤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달리를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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