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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여름보다 더 뜨거운 개 식용 찬반 논쟁
[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여름보다 더 뜨거운 개 식용 찬반 논쟁
  •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
  • 승인 2017.07.1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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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사흘 앞둔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고기 반대 페스티벌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개식용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2017.7.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 = 지난 주말 서울시청 광장에서 '축제'가 펼쳐졌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주최한 '스톱 잇(STOP IT) 2017' 페스티벌 행사였다.

이번 행사는 잘못된 보신문화를 없애고 생명을 존중하자는 취지로 열렸는데, 동물보호단체들뿐만 아니라 환경단체, 수의사단체 등 40여 단체가 참여해 한목소리로 "개식용 반대"를 외쳤다.

비가 내리는 광장을 끝까지 지켰던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이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다.

그런데 이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오늘 아침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오늘 초복 보양식 드시고 올 여름 건강하세요.'

해마다 복날만 되면 받게되는 문자를 보면서 개고기 식용 찬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다시금 생각해봤다. 이럴 때면 수의사로서 참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들은 여름철이 되면 더위를 물리치고 어떻게 하면 시원하게 보낼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을 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해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조용한 산사에서 명상을 하거나, 에어콘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구에 도움을 받아 방안에서 더위를 물리치거나, 산이나 바다로 더위를 피해 피서를 떠나거나, 계곡물에 발을 담구고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자장가 삼아 낮잠을 즐기거나, 이열치열로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아이스크림이나 냉면 등 시원한 음식을 먹고 더위를 물리치는 여러 방법들을 동원한다.

뜨거운 여름 만큼이나 개고기 식용 찬반 논쟁은 항상 뜨거운 이슈다.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한국에서는 여름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먹는다고 '야만스럽다' 비난했을 때, 한국 사회는 우리민족의 전통 문화 자존감을 비하했다며 오히려 합법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마저 일어나기도 했다.

개고기 식용 합법화 의견에 찬성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논리다.

우선 우리 민족 전통적으로 내려온 음식문화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인 도축시설과 유통과정을 위생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개선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야 한다.

사실 개고기는 우리나라만의 전통 음식이 아니다. 서구에서도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의 공급원 역할을 하는 먹거리로 이용됐지만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동물복지와 생명권의 향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몇몇 국가에서만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사육, 유통공급 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 식용으로 공급되기 위해 길러지는 개들의 사육환경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개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두 세마리만 들어갈 수 있는 철로 만든 작은 울타리에 갇혀 지낸다. 개농장은 적게는 몇 십마리부터 많게는 1000여마리까지 집단 사육하고 있어 이로 인한 전염병 감염 노출과 스트레스 증가는 일상이다.

또한 수의사 처방없이 과량의 스테로이드, 성장 호르몬제, 항생제를 무한정 반복 투약하는 자가진료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개고기를 먹게 되면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는 사람도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위생적인 방법으로 사육, 도축하고 합법적으로 유통이 된다한들 이미 성장 호르몬제와 항생제로 길러진 동물의 고기가 정말 안전한 먹거리일까. 그리고 사람들의 정력과 미용에 도움이 되는 식품일까.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닭, 돼지, 소 등에 비해 개가 다른 동물보다 존엄하거나 가치 있는 동물이여서가 아니다. 인간과 오랜 세월동안 정서적으로 더 가깝고 친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는 1만 2000~1만 4000년 전 유라시아에서 기원하여 적어도 1만년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인간은 개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내주었고, 개는 인간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인간과 개는 서로 정서적으로 의존하며 성장해왔고, 이해관계와 애정의 결속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오랜기간에 걸쳐 점점 견고해졌다.

전통문화와 관습도 시대 상황에 따라 발전하거나 사라지게 된다. 오랫동안 당연시 되었던 가부장적인 관습들이 지금은 더 이상 당연한 게 아니다.

과거에는 젖먹이 갓난아이가 있는 공공장소에서도 스스럼없이 흡연을 했지만 지금은 식당뿐 아니라 자신의 아파트에서도 함부로 흡연을 할 수 없는 게 상식이고 문화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라면 개고기가 아니더라도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줄 영양제나 건강식들이 무수히 많다.

농경시대 단백질 공급원의 하나였던 개고기가 현재는 기업형으로 개를 집단사육하면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로 범벅이 된 고기가 됐다.

또한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 시대에 이젠 개고기를 먹는 게 상당수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

이처럼 동물보호와 생명권 차원에서 개고기 식용 문제는 더이상 전통 음식문화가 될 수 없다.

우리사회가 생명을 존중하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식용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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