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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 "개한테 물려도 되는 직업은 없어"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 "개한테 물려도 되는 직업은 없어"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최은지 인턴기자
  • 승인 2021.03.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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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동물등록 지원하는 최영민 제25대 회장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는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 뉴스1 최은지 인턴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최은지 인턴기자 = "세상에 개, 고양이한테 물리는 게 당연한 직업은 없어요. 아무리 수의사가 전문가여도 말이죠."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이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최 회장은 "많은 보호자들은 수의사가 동물한테 물리면 무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비전문가보다 능숙하게 다룰 수는 있지만 동물마다 성격과 놓인 환경이 다르고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을 막는 것은 쉽지 않다"며 수의사로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동물 건강·행복 위해" 수의사·보호자간 소통 노력

그는 지난해 2월 제25대 서울시수의사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줄곧 수의사의 권익 보호와 보호자 간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다. 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 서로의 이해와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스타수의사다. 각종 방송, 신문 등을 통해 알려져 인지도가 높고 팬층도 있다. 특유의 사교성과 친화력도 한몫한다. 그는 회장으로서 수의사와 보호자 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가 시속 38㎞인데 개의 시속이 40㎞이다. 보통 개가 인간보다 빠르다는 얘기"라며 "고양이들은 몸이 굉장히 유연하고 점프력이 뛰어나다. 발톱으로 사람을 할퀴기도 하고 도망치면 잡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도 병원 가는 거 안 좋아하는데 동물들은 오죽하겠나. 때문에 동물들도 어렸을 때부터 사회화가 필요하다"면서 "강아지의 경우 동물병원을 비롯해 동네를 다니며 사람과 다른 동물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입질이 심한 개들은 간식을 주면서 입마개 긍정 교육을 시켜두는 것도 필요하다"며 "보호자들은 평소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기록했다가 수의사들에게 설명해주면 진료를 볼 때 큰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전문 병원이 대다수다. 요즘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병원 시스템 또한 시대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최 회장은 수의사들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경영 방법 전수' 등 아낌없는 지원도 하고 있다.

그는 "반려동물과 보호자 친화적인 병원 인테리어 소개부터 입원 동물들을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병원 경영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등을 안내하고 있다"며 "1인 동물병원이 많고 수의사들이 진료 위주로 하다 보니 경영 방법, 노무 문제 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표준계약서 작성방법 등도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등록은 주민등록…정책 마련 위해 필수"

그는 보호자들이 비싸다고 느끼는 진료비 문제에 대해서도 진료항목 표준화가 자리잡을 때까지 관련 정책의 필요성 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의료보험의 경우 공적 자금이 투입돼서 진료항목도 표준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계속 적절하게 가격을 조정한다"며 "사람들은 매달 의료보험비를 납부한다. 그러나 월급통장에서 자동납부되는 경우가 많아서 돈을 내고 있다는 인식을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동물 진료비는 기본적인 진료항목도 표준화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중성화수술이라고 하면 수술 전 마취와 수술 후 회복 단계까지 포함하는 것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표준화하려면 예산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진료비가 또 올라가게 된다. 아니면 공적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국가 예산을 쓰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사람들은 '어느 곳이 어떻게 아프다'라고 말하지만 동물들은 그런 말이나 표현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검사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라며 "사람 병원은 진료 보는 시간이 3분이지만 동물병원은 30분 이상이다. 그런 점도 보호자들이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시수의사회 동물등록 캠페인 포스터 © 뉴스1

서울시수의사회에서는 서울시와 함께 '내장형 동물등록'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서울지역 내 600여개 동물병원에 반려견과 함께 방문해 1만원을 내면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를 통한 내장형 동물등록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장형 동물등록 비용은 4~8만원이다.

서울시민이 기르는 모든 반려견이 지원대상이며 올 한 해 3만2000마리를 선착순 지원한다. '내장형 동물등록'은 쌀알 크기의 무선식별장치를 동물 어깨뼈 사이 피하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주택·준주택에서 기르거나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가 등록대상동물이다.

최 회장은 "최근 한 치매 어르신이 함께 있던 반려견의 내장칩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돌아가신 사례도 있다"며 "내장칩의 부작용은 거의 보고된 바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주민등록을 하듯이 강아지도 가족이니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기초 통계도 낼 수 있고 보험 등 필요한 정책도 만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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