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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강아지 입양하고 치료"…동물들의 눈이 되어준 수의사 이야기
"버려진 강아지 입양하고 치료"…동물들의 눈이 되어준 수의사 이야기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2.02.18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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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 반려동물 안과 전문 김준영 건국대 교수
반려동물 안과 진료를 하고 있는 김준영 건국대 교수(건국대 수의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고등학생인 A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백구의 눈을 보며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훗날 수의사가 돼 동물병원에 버려진 개와 유기견보호소에서 데려온 강아지를 입양해 키우면서 동물들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에서 안과 전문 진료를 하고 있는 김준영 교수(48세) 이야기다.

최근 김 교수를 인터뷰하기 위해 건국대를 찾았다. 어떻게 동물 안과를 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어쩌다보니"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동물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묻어났다.

◇ "눈 보면 마음 느껴져"…유기견 입양하고 치료

"어렸을 때는 개를 길러본 적이 없어요. 개를 잘 몰랐죠.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하루는 집 앞 도로에서 백구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움직이지 못하고 낑낑대고 있더라고요. 물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나서 다가가진 못했어요. 그때 백구의 눈을 보고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개의 애잔한 눈빛이 지금도 기억이 나요."

김 교수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개를 가정견으로 키우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는 가정견을 보기가 더욱 어려웠다.

개를 키워본 적이 없다보니 교통사고가 난 백구가 걱정되면서도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보호자가 나타나 개를 데려갔고 그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고 한다. 그 사고에 대한 기억은 평생 그를 따라 다닌다.

김 교수는 건국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수의외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동물의 눈을 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느껴진다"며 "건성화 초기 진단이나 눈물막 파괴 검사 장비, 안구광학단층촬영(OCT) 검사 장비와 안저카메라 등 새로운 수술 기기들을 만지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2005년 동물병원에 근무하던 김 교수는 우연히 시추(시츄) 종의 개를 키우게 됐다. 시추를 데리고 안과 진료를 보러온 사람이 병원에 개를 두고 사라진 것. 시추는 그렇게 김 교수와 가족이 됐다.

그는 "당시 6~7살이었던 시추 종 '감자'는 2년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5년을 함께 살았으니 20년 넘게 장수한 셈"이라며 "시추는 코와 입이 짧은 단두종이라 코 쪽 눈꺼풀이 말려서 유루증이 심한 경우가 많다. 눈을 고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치료와 수술을 다했다"고 말했다.

첫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김 교수에게도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우울증이 생겨서 한동안 개를 키우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또 다른 가족을 만나게 됐다.

그는 "작년 7월에 군산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의 눈 치료를 의뢰했다. 떠나보낸 개와 똑같은 시추였다"며 "인연인 것 같아 입양하려고 했더니 임시보호자가 직접 키운다더라. 대신 그 보호소의 다른 강아지를 품에 안겨줘서 키우게 됐다. 몰티즈(말티즈), 푸들과 같이 유루증이 있는 종이라 관리해주고 있는데 눈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고 아빠 미소를 지었다.

동물을 한없이 사랑해서 진료 보는 것이 즐겁지만 그에게도 힘든 점이 있다. 수의사도 피할 수 없는 고양이 알레르기다.

수의계 등에 따르면 고양이의 침샘과 피지샘에서는 'Fel d1' 항원이 생성된다. 이 항원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고양이는 털 고르기를 위해 혀로 털을 핥는다. 이 과정에서 알레르기 유발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는 "고양이가 병원에 오면 숨을 못 쉴 정도로 얼굴이 부어오른다. 그래서 진료를 보기 전에 약을 먹는다"며 "수의사니 감내해야 할 부분 아니겠나"라고 고양이들에 대한 무한 애정도 드러냈다.

뉴스1과 인터뷰 중인 김준영 건국대 수의대 교수 © 뉴스1 최서윤 기자

◇ "수술 아무리 잘해도…보호자의 관리가 가장 중요"

김준영 교수는 동물에 대한 애정 뿐 아니라 겸손함도 갖췄다. 자신 말고도 안과 진료를 잘 보는 수의사들이 꽤 있다며 서강문 서울대 교수 등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수의사들이 진료를 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관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개를 정말 가족처럼 아낀 보호자분이 있었다. 몸이 조금 불편하신 분이었는데 개를 의지하면서 사셨다"며 "개의 백내장 수술이 잘 돼서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하길래 조심하시라고 했다. 그런데 여행 후 개가 다시 시력을 잃어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할 때 창문을 열어두면 개들은 고개를 내밀고 바람을 맞는 것을 좋아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개들이 창밖의 다양한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전장치 없이 창문을 '많이' 열면 위험하다.

이 보호자도 창문을 열어둔 것이 화근이 됐다. 개가 백내장 수술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보호안경도 끼지 않고 찬바람을 맞았으니 눈에 농이 찼다. 결국 시력을 잃게 됐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건강검진이 중요하다. 사람의 경우 보통 40살이 넘으면 안과 검진을 꾸준히 받으라고 한다.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개들은 6~8살 정도 되면 1년에 1~2번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 안과 질환이 발견되면 조기에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수술이 힘드니 예방 차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국내에는 녹내장이 많다. 김 교수는 "요즘은 의료기술이 좋아져서 녹내장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도 나왔다"며 "증상이 진행된 이후에 병원에 오면 손쓰기 힘들 수 있으니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구건조증의 경우 집에서도 관리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각막이 손상되면 눈이 붓거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흰자가 빨개질 수 있다. 이때 눈을 닦아주고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

김 교수는 "각막궤양을 일으키는 질환 중에 상당수가 눈물 이상이 많다"며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눈을 평소 관심 있게 보면서 마사지와 온찜질도 해주면 좋다. 겨울철 건조한 날씨나 미세먼지 많은 날 인공눈물을 조금 사용하면 눈이 편안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수의사 윤리 얘기가 나올 때면 '정말 동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도 생각한다고. 1살이라도 어렸을 때는 건강검진과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노령동물일 때 백내장, 녹내장 수술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고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예를 들어 반려견이 16살이면 마취나 수술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보호자들 중에는 마취하면 죽을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눈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보호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동물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의 판단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늘이라도 당장 집에서 강아지, 고양이 눈을 자세히 보세요.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보호자분들이 마사지도 해주고 영양제(영양보조제)도 먹이면서 관리를 해야 눈을 건강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어요. 동물들은 후각이 발달돼 있습니다. 여기에 시각까지 신경 써 주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질 겁니다. 사람도 행복해지고요. 눈 건강검진과 관리 잊지 말아주세요."

뉴스1과 인터뷰 중인 김준영 건국대 수의대 교수 © 뉴스1 최서윤 기자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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