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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길고양이?' 마라도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로 발견
'범인은 길고양이?' 마라도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로 발견
  •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승인 2023.02.24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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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길고양이 반출 시작…동물보호단체 우려도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된 뿔쇠오리 사체.(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길고양이 강제 반출을 앞둔 제주 마라도에서 고양이에 의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들이 발견됐다. 제주도는 뿔쇠오리 보호를 위해 오는 27일부터 고양이 반출 작업을 시작한다.

24일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됐다.

사체들은 가슴뼈나 다리뼈만 남은 상태로, 센터 측은 사냥 습성 등을 고려할 때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마라도에는 최대 120~130마리 정도의 길고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여 년 전 쥐를 퇴치시키겠다며 들여온 고양이들이 야생화하고 확산해 마라도내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았다.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에서 집단 서식이 확인된 뿔쇠오리.(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제공)2016.6.13/뉴스1 ⓒ News1


이 고양이들은 쥐를 잡기도 하지만 마라도를 오가는 150~200종의 철새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뿔쇠오리가 주된 사냥감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5000~6000마리에 불과할 만큼 희귀한 철새다. 뿔쇠오리는 번식기간인 2월 하순부터 5월 초까지 마라도에 서식한다.

길고양이가 야생조류의 생존을 위협하자 제주도와 문화재청, 동물보호단체는 협의체를 구성해 마라도 고양이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반출은 오는 27일부터 시작된다. 도는 우선 길들여지지 않았거나 중성화 전인 고양이를 먼저 섬 밖으로 내보낸다.

고양이들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진행한 후 건강상태가 양호한 고양이는 도 세계유산본부에서 보호 관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번 결정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뿔쇠오리 개체수 감소에 고양이가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반출하는 고양이의 안전한 보호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 22개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지난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현 가능한 보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행정의 태도는 마라도 고양이 반출이 곧 고양이 몰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려하게 한다"며 "반출될 고양이에 대한 실행 가능한 안전한 보호방안도 수립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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