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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체가 개들의 무덤'…"최소 1000마리 굶겨 죽였을 것"
'집 전체가 개들의 무덤'…"최소 1000마리 굶겨 죽였을 것"
  • (양평=뉴스1) 양희문 기자
  • 승인 2023.03.06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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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마스크 뚫고 들어오는 고약한 냄새에 '헛구역질' 나와
양평 집주인, 개 사체 가득한 방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
6일 개 수백 마리를 굶겨 죽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씨(68)의 집에 출입통제선이 쳐져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A씨가 최소 1000마리가 넘는 개를 굶겨 죽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2023.03.06./뉴스1 양희문 기자


(양평=뉴스1) 양희문 기자 = “이 집에서 1000마리는 넘게 굶어 죽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6일 찾은 경기 양평군 용문면 한 주택 주변으로는 악취가 진동했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고약한 냄새에 헛구역질이 저절로 나왔고, 폴리스라인 뒤로 현장을 지키는 경찰관들도 숨쉬기 힘드는지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인 악취가 아니었다. 분명히 무언가 썩고 있는 냄새였다. 경찰 통제 탓에 내부로 들어갈 순 없어 담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담 넘어 뒷마당에 하얀색 물체가 보였다. 썩어 문드러져 하체 부분만 남은 개의 사체였다. 냄새의 근원이었다.

이 집은 개들의 무덤이었다. 다른 곳에서도 썩은 냄새와 함께 개의 사체가 목격됐다. 고무통 안에는 개의 사체로 추정되는 갈색 물체가 삐져나와 있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고무통 옆 두 개의 커다란 물탱크 안에도 개 사체로 꽉 차 있었다고 한다.

6일 동물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씨(68)의 집 뒤편 고무통에 개 사체로 추정되는 갈색 물체가 보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고무통 옆 물탱크 안에도 개 사체로 가득했다고 한다.2023.03.06./뉴스1 양희문 기자


한 여성이 심각한 얼굴로 주택을 바라봤다. 동물권 단체 케어 소속 박소연 활동가였다. 박씨는 주택 내부를 두 눈으로 직접 본 목격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죽은 개들이 쌓이고 쌓여 바닥에 문드러져 있던 그날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최소 개 1000마리 이상이 집 안에서 굶어 죽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씨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뼛조각이 바닥을 가득 메운 데다 그 위로는 개 사체가 썩어 문드러져 들러붙어있었다”며 “최초 추정은 300~400마리였는데 지금은 1000마리 이상으로 추정한다. 수년에 걸쳐 개들을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방에 개의 사체가 있었는데, 그 공간에서 집주인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잠도 잤다”며 “이 정도로 충격적인 동물학대는 지금껏 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주민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집주인 A씨(68)가 쓰레기를 잘 치우지 않아 나는 악취라고 여겼지 죽은 개에서 나는 냄새라곤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A씨 집 마당에는 여러 개의 강아지용 켄넬과 함께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있었다.

주민 B씨(73)는 “평소 개 짓는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그리 크지 않아 한두 마리 정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냥 쓰레기에 나는 악취인 줄 알았지 개가 썩는 냄새인지는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주 나쁜 놈이었다”고 분개했다.

6일 동물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씨(68) 집 마당에는 강아지용 켄넬과 쓰레기로 가득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A씨가 집안에서 1000마리가 넘는 개를 굶겨 죽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2023.03.06./뉴스1 양희문 기자


일부 주민은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A씨는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전기와 수도가 끊겨 이웃집에서 물을 받아쓰고 반찬도 얻어먹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키우지 못하는 개들을 돈받고 데려와 죽였겠느냐는 것이다.

주민 C씨(65)는 “A씨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고물상도 잘 안 되니까 허구한 날 먹을 게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며 “허리도 안 좋고 살길이 없으니 개 1마리에 만원씩 받으며 처리한 것 같다. 얼마나 힘드니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양평경찰서는 동물학대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2~3년 전부터 개 수백 마리를 자신이 사는 고물상에 데려온 뒤 사료를 주지 않고 굶겨 죽인 혐의다.

A씨는 ‘번식장’에서 번식능력을 잃은 개를 마리당 1만원 정도를 받고 데려온 뒤 굶겨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키우지 못하는 개를 돈을 받고 데려왔는데 사료 가격이 비싸 굶겼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개들을 굶어 죽인 혐의는 인정한다. 다만 그 많은 개를 어디에서 공급받았는 지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6일 동물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A씨(68)의 집 담벼락에서 본 집 내부. 개를 키웠던 흔적이 보인다. 2023.03.06./뉴스1 양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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