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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곳 '허우통'…묘부인과 동행하다
사람,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곳 '허우통'…묘부인과 동행하다
  • (타이베이=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승인 2023.03.08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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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복지에 진심인 대만을 가다②]
[편집자주]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반려동물 복지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은 나라. 바로 대만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나라. 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위한 환경 조성을 중요시하는 '원헬스' 문화를 이끌고 있는 곳. 대만에서 반려동물 복지에 힘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타이베이=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사람과 동물은 대립 관계가 아닙니다. 공존해야죠."

대만(타이완)의 고양이 사진작가 지엔 페이 링의 말이다.

묘부인(猫夫人)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그는 폐광촌인 허우통(Houtong)을 관광명소로 바꾸는데 기여한 장본인이다.

비가 내리던 지난달 23일 만난 묘부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양이 자체였다. 귀걸이부터 옷, 가방에 모두 고양이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고양이에 진심인 묘부인으로부터 허우통의 역사와 고양이마을 문화를 조성하게 된 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진작가 지엔 페이 링이 대만 허우통에서 고양이 사진을 찍고 있다. 고양이 물그릇이 깨끗하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묘부인에 따르면 허우통은 원숭이 동굴을 뜻한다. 과거 이곳에는 원숭이가 많았다. 1970년대까지는 대만에서 큰 탄광마을로 손꼽혔다. 하지만 탄광이 폐광되고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이곳에는 고양이들이 자리잡게 됐다고.

사진작가인 묘부인은 12년 전쯤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100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들이 있었다.

고양이들의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 사료가 아닌 음식물쓰레기를 먹었으니 건강이 좋을 리 없었다. 예방접종은 물론 중성화도 하지 않았다. 세균 번식으로 인한 전염병과 인수공통감염병 발병이 우려됐다.

일부 주민들은 고양이에게 잔반을 주고 뒷정리를 하지 않았다. 음식물은 썩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묘부인의 남편은 고양이 진료로 유명한 수의사다.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고양이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만 허우통 마을에는 기차역이 있다. 사진은 역내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만 허우통 마을에는 기차역이 있다. 사진은 역내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만 허우통 마을에는 기차역이 있다. 사진은 역내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묘부인은 마을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렸다. 소식을 공유한 자원봉사자들과 마을을 청소했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난 자리는 항상 정리했다. 밥그릇과 물그릇도 깨끗했다. 현지 주민들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도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이라며 "고양이 보호만 얘기하면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고양이라는 존재가 마을에 끼칠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묘부인은 고양이로 인해 관광객이 찾아오면 마을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사람이 살아야 고양이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얘기였다. 고양이들이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며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동물을 다 좋아하진 않는다"며 "하지만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모두가 좋아하다"고 말했다.

대만 하우통 고양이마을 내 217카페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만 하우통 고양이마을 내 217카페 ⓒ 뉴스1 최서윤 기자


묘부인의 진심은 통했다. 마을의 토지 소유자를 설득해 고양이마을을 조성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니 정부에서도 지원했다. 그 결과 마을과 허우통역 곳곳은 볼거리, 먹을거리 많은 관광명소로 재탄생했다.

묘부인과 합심해 마을 문화를 바꾼 토지 소유자는 공직에서 퇴직한 이후 '217cafe'를 운영하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217카페 내부와 그림을 잘 그리는 사장님의 환대 덕분에 이곳은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대만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성지가 됐다.

217cafe 관계자는 "최근 고양이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카페를 많이 찾아온다"며 "한국 사람들은 예의가 참 바르고 동물보호에 대한 교육도 많이 받은 모양이다. 고양이를 예뻐하지만 처음부터 막 만지지는 않더라"고 웃었다.

대만 허우통 고양이 마을 주민이 고양이와 함께 편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만 허우통 고양이 마을 전경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만 허우통 고양이 마을 전경 ⓒ 뉴스1 최서윤 기자


대만 사진작가 지엔 페이 링이 허우통 고양이 마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묘부인은 고양이 마을을 조성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라고 했다.

몇 년 전 일부 언론에서 안 좋은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심적으로 힘든 때도 있었다고. 하지만 "묵묵히 일하다보면 언젠가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과 동물의 편을 가르고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공존만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챙기세요. 좋은 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만큼 해야 가족들도 지지할 테니까요."[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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