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우치동물원서 태어나…동물원 방문 시민들 인기 코스
2019년 첫째, 2022년 셋째 이어 둘째 '러브' 지난달 14일 폐사
2019년 첫째, 2022년 셋째 이어 둘째 '러브' 지난달 14일 폐사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어릴 때부터 업어 키운 러브가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우치동물원의 명물 벵골호랑이 '러브'가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러브는 KIA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 붙인 아이'(암컷), '러브'(수컷), '기아'(암컷) 삼남매 중 둘째로 광주 시민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벵골호랑이 삼남매가 있는 우치동물원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소풍 명소는 물론 부모님 손을 잡고 하는 나들이까지 광주 시민의 인기 코스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종을 넘어선 유대를 가지고 있는 박자윤 진료수의사도 러브와의 기억이 각별하다. 엄마 배 속에서 나온 젖먹이 어릴 때부터 업어 키우면서다.
박 수의사는 러브의 평소 성격이 온순했다고 회상한다. 사육사들이 먹이를 주기 위해 입장하면 차분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온순한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호랑이 평균 수명인 15살인 된 올해 초부터 러브는 살이 빠지고 야위어 갔다. 평소에 따르던 사육사를 알아보지 못하는 등 인지를 못하는 모습도 종종 포착됐다.
그는 "러브가 점점 밥도 먹지 못하고 수척해져 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며 "노화된 맹수류의 경우 전신 마취를 하면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마취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깊었다"고 설명했다.
러브의 노령 동물 증상을 확인한 우치동물원 측은 정확한 병명 확인을 위해 청주와 전주 등에 있는 맹수류 전문 마취 장비 병원을 물색했다.
우치동물원 측은 지난달 14일 어려운 결정 끝에 노령 동물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 정밀진단에 나섰고 전신마취를 한 러브는 검사가 끝난 후 심장이 멎었다.
러브의 사체를 화장할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체의 크기가 커 일반 반려동물 장례식장 화구에 들어가는 게 어려워서다.
우치동물원은 일부 화장 등을 논의한 끝에 평소 업무협약을 맺은 반려동물 공공장례식장에서 온전하게 화장했다.
박 수의사는 노화한 러브의 마지막을 조금씩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동물원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일이 드문데 젖먹이 때부터 돌봐와서 수의사와 사육사 모두 한동안 마음이 매우 울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비록 하늘나라에 갔지만 자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우치동물원 내부에 수목장을 마련했다"며 "최근 장마로 인해 비가 많이 내려서 날이 좋았던 지난 12일 볕 잘 드는 곳에 러브를 묻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수의사는 "러브를 사랑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해피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