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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대공원 '동물 권리장전' 어디에?
[단독]서울대공원 '동물 권리장전' 어디에?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9.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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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동물원 연못에서 호랑이가 젖은 머리를 털고 있다./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국내 대표 동물원인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지난 2012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동물원 복지에 관한 기준안' 마련이 결실을 맺지 못한채 중단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2012년 10월 18일 국내 최초로 동물을 위한 '권리장전'을 만든다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대공원측은 "국내 최초로 '동물원 야생동물 권리장전'을 만든다. 이는 국내 동물원에 살고 있는 모든 야생동물에 관한 보호·관리기준이자 윤리복지기준"이라며 "내년까지 동물원 복지에 관한 기준안을 마련해 서울동물원에 우선 적용하고, 국내 모든 동물원과 수족관이 회원으로 가입된 (사)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에 전달해 '동물원 야생동물 권리장전'을 발효시킬 계획이다"고 밝혔다.

권리장전에는 ▲동물윤리와 동물행동 풍부화 ▲동물원 야생동물 사육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 ▲질병·안락사·방역과 관련한 동물질병관리 ▲동물실험 및 연구에 관한 사항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서울동물원장을 팀장으로 수의사 등 동물원 직원 26명이 참여하는 '동물원 윤리복지 TF'를 출범시키고 동물복지 분야 전문가 150여명을 초청해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였다.

또한 서울대공원은 동물 종별 복지평가 기준을 마련해 서울동물원 동물들을 대상으로 연 2회 평가를 거쳐, 2013년 5월경에 국내 최초로 동물원내 동물윤리복지 기준을 만들고 이와 별도로 서울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를 점검할 '시민 동물윤리복지위원회'도 구성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내 모든 동물원·수족관이 권리장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KAZA 차원에서 '동물원 동물복지인증제도'를 도입해 각 기관을 평가하도록 협회내 윤리복지위원회를 꾸린다고도 했다.

당시 서울동물원이 제시한 '서울동물원 윤리복지 TF 로드맵'을 보면, 구체적인 운영절차까지 소개돼 있다.

우선 2012년 10월 TF 자체 워크숍을 진행한 뒤 ▲2012년 10~11월 '주니버시티(zuniversity)' 동물복지프로그램을 신설해 직원 교육 프로그램 운영(필히 이수) ▲2012년 12월~ 2013년 3월 동물종별 복지평가 시스템을 운영해 사육담당자의 동물종별 복지평가 진행 ▲2013년 5월 동물윤리강령, 복지기준, 인증제 기준 제시 ▲2013년 6월 동물복지위원회 기능 수행 ▲2013년 6월 동물윤리복지위원회(시민위원회) 신설 등이다.

이처럼 서울대공원의 야심찬 계획과 달리 실제로 '동물 권리장전'은 2년이 넘도록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동물원측은 "'동물원 윤리복지 TF' 구성 후 해외동물원 윤리복지 규정 자료 수집 번역, 시민토론회와 직원 워크숍, 동물원 패팅(먹이주기) 가이드라인 마련, 동물사별 사육매뉴얼 및 안전관리 매뉴얼 작성, 행동풍부화 매뉴얼 작성 등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자연 방사, 서울대공원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물어 죽인 사건 등 그동안 각종 사안들이 겹쳐 다소 지연 된 것일 뿐"이라며 "현재 '전시동물 가이드라인' 초안을 작성중인데 연말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동물원은 구체적으로 12월까지 동물 복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전국동물원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0년 아시아동물원수족관협회 동물복지 인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병인 가톨릭대(생명대학원) 교수는 "전시동물의 복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현실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게 조금은 우려스럽다"면서 "가이드라인에 앞서 기준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출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는 국제적인 기준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동물원·수족관들의 다양한 상황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키지 않는 가이드라인은 무의미하다. 준수여부를 검증하고 이에 따라 반드시 사후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2012년 10월 18일 국내 최초로 동물을 위한 '권리장전'을 만든다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사진은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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