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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을 통해 제가 '새 삶'을 얻었죠"
"유기동물을 통해 제가 '새 삶'을 얻었죠"
  •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승인 2015.11.18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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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유기견 새 삶 대표가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1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저희 단체명이 '유기견 새 삶'이지만 유기동물을 입양하시는 분들도 새 삶을 시작하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기동물보호단체 '유기견 새 삶'의 대표 염수진(45)씨는 자신이 거둔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안고 가을비가 내리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그는 1994년부터 2009년까지 15년 동안 영어 강사, 영어 학원 원장으로 근무하다 6년 전 동물병원 간호사(수의테크니션)로 직업을 바꿨다.

나름 유명한 프랜차이즈 영어 학원 강사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2002년 월드컵 당시 통역사로도 활동했던 그가 어떤 계기로 동물보호 분야에 뛰어들게 됐을까.

소녀티를 갓 벗은 스무살 이른 나이에 결혼한 염 대표는 치매가 있던 시아버지와 암 투병을 하던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수발을 했다. 그렇게 고된 나날을 보내던 그는 2년째 되던 해 시부모님이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신랑이 막내아들인데 식구들 모두 모실 수가 없어 제가 모셨죠. 2년 정도 뒷바라지를 했는데 두 분 돌아가시고 나니 많이 허전했어요. 그 공허함을 동네 사람들이 버린 유기견들을 거두면서 많이 치유가 됐거든요. 시부모님 병수발을 들었던 터라 유기견 관리는 할 만 하더라구요.(웃음)"

이후 유기견들을 보호하면서 입양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7년 전 유기견들의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하던 수원 한성동물병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유기견들을 돕는데 수의사의 힘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직접 간호 기술을 배우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현재 염 대표가 운영하는 '유기견 새 삶'에는 3개의 작은 단체들이 있다. 한성동물병원 내에 위치한 '수원동물보호센터', '청소년동물사랑실천단', '진상이와 떨거지들 보호소'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자신의 자택에 '진상이와 떨거지들 보호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버려진 대형견들의 입양에 힘쓰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수원지역 중·고생으로 구성된 '청소년동물사랑실천단'을 이끌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한성동물병원에 '수원동물보호센터'를 설치했다.

"수원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반적인 개념의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없어요. 현재 수원 시내 17개 동물병원에서 유기동물을 나누어 보호하는데 소음, 냄새 등으로 민원이 발생하지 않고,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에서도 안심할 수 있어요. 특히 항상 수의사들이 함께 있으니 폐사율과 안락사율이 낮아요."

염 대표는 지난 6월 수원시에 유기동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안한 후 유기동물 보호 공고 기간이 지나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유기견들을 데려와 양로원, 독거노인, 장애인 가정에 입양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여기에 입양 대상 가정들이 경제력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진료·미용·사료 등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염수진 유기견 새 삶 대표가 유기견 뚝딱이가 낳은 새로운 새끼 강아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2015.1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매일 유기동물로 시작해 유기동물로 끝나는 삶에 대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당연히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얼마전 개를 며칠만 맡아달라고 한 후 데려가지 않고 연락마저 두절한 보호자 때문에 경찰서까지 가기도 했고, 한 달 대략 100마리 정도 털을 자르는 육체적 노동도 힘이 부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저는 제 휴대폰을 2000만원 폰이라고 불러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폰이기 때문이죠. 하루에 한 통 이상은 '집에 애가 태어나서', '말썽을 부려서' 등 다양한 이유들로 개를 못 키우겠다고 연락이 와요. 피치 못할 사정도 있겠지만 그냥 유기하면 유기견 등록도 할 수 없고 다른 가정에 분양을 보낼 수 없는 난처한 상황이 돼요. 그런 경우 적정 비용을 내시고 '포기견' 신청 절차를 밟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염 대표의 유기동물 보호활동 키워드는 '청소년'이다. 청소년들에게 동물에 대한 개념을 물건처럼 돈을 주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가족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경제력이 생기면 쇼윈도에 전시된 동물이 아닌 유기동물들을 입양해 '가족'으로서 맞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최근 유기견이었던 뚝딱이가 출산을 해서 11월 말 수원시청에서 분양식을 할 예정이예요. 유기견을 돈 주고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캠페인의 일환이죠. 독일 등 반려동물 문화선진국은 안락사가 거의 없어요. 또 강아지를 전시해 판매하지도 않죠. 수원시에서만 유기동물이 하루에 20마리 정도인데 한 달이면 600마리, 1년이면 7200마리예요. 그 중 반도 입양되지 못하고 안락사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해요. 유기견을 입양하면 유기견만 새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보호자도 위안을 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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