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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아니면 죽음…10일 안에 결정되는 '유기동물 운명'
입양 아니면 죽음…10일 안에 결정되는 '유기동물 운명'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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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농협경제연구원은 2020년 반려동물 시장을 6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쑥쑥 커가는 반려동물 시장의 이면엔 '동물학대'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 그림자를 없애기엔 아직 많은 한계가 있다. 동물보호법은 걸음마 수준이고,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몇 년 째 잠을 잔다. 동물학대 관련 이슈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고, 한해 10만마리에 가까운 유기동물이 발생해 길거리를 떠돌며,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애견숍에 진열된 강아지를 분양 받는다. <뉴스1>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반려동물 입양문화를 점검해 본다.

지난해 11월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진행한 입양행사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들. (사진 카라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작은 행사가 열렸다. 은평 뉴타운 재개발 공사로 철거 위기에 놓인 '달봉이네 보호소'에서 구조된 반려견들의 입양 가족을 찾기 위한 행사였다.

입양 행사의 주인공은 달봉이네 보호소의 개 180여마리 중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10마리.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이 강아지들에게 카라는 '짝산' '짝리' '가도' '짝바' '짝투' '짝패' '짝코' '들녀' '가나' '들식'이란 이름을 각각 붙여줬다. 다행히 6마리(짝산 짝리 짝바 짝투 짝패 들녀)가 새 가족을 찾았다. 부부와 두 자녀가 살고 있는 가정에 입양된 짝투는 '로지'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나머지 강아지들도 새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시설이 열악한 사설보호소에서 태어났지만 새로운 보호자를 찾은 6마리는 아주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가족에게 버려지거나 중성화 수술을 받지 못한 유기동물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삶은 고단하다. 길거리를 떠돌다 사고를 당해 장애를 얻기도 하고 병에 걸려 죽기도 한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해야만 한다.

간혹 누군가에게 구조돼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 가더라도 행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10일 안에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락사가 결정된 동물들은 말처럼 안락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보호소가 비용을 아끼려고 마취 과정없이 약을 주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기동물들의 고통스런 죽음을 막을 방법이 있다.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반려동물 입양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는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어내듯 동물을 생산하는 번식업체에서 태어난 반려동물을 펫숍을 통해 구매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물보호소에서 대량으로 안락사당하는 반려동물의 사연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막상 반려동물은 펫숍에서 구입한다"며 "펫숍을 찾지 않고 보호소의 동물들을 입양하면 번식장에서 고통받는 동물들도 줄고 보호소에서 죽어가고 있는 동물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동물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의 모습. (자료사진)

물론 '묻지마 입양'은 경계해야 한다. 동물 안락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며 늘어난 '묻지마 입양'이 또 다른 형태의 유기동물을 만들고 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보호소의 안락사 문제나 유기동물 문제보다 '묻지마 입양'이 더 심각한 문제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동물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에 대한 거센 비판을 하다 보니 보호소에서도 무료로 입양을 해주는 사이트에 동물들을 올려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동물과 함께 생활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입양을 결정하다 보니 잠깐 키우다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길거리에서, 보호소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던 반려동물들은 그렇게 또 한 번 버림을 받고 끔찍한 삶의 고난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서 "동물은 쉽게 쓰다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한 후 입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막연하게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입양한 후 변심으로 파양한다면 그 후유증은 동물들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동물도 사람과 같은 생명체라는 인식을 교육 현장에서, 가정에서 가르치고 느끼게 해야 한다.

또한 제도적으론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보호자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반려동물 등록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4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반려동물 등록제는 3개월령 이상의 개만 등록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등록하지 않은 이들이 많아 이렇다 할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유기동물을 보호소에 보내고 입양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시급한 건 유기동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상으로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워야 한다'는 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반려동물 등록제도 하루빨리 확대 시행해 더 이상 길거리를 떠도는 반려동물이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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