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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는 것도 서러운데…추위와 '사투' 벌이는 동물들
굶는 것도 서러운데…추위와 '사투' 벌이는 동물들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1.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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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충동 주택가를 떠돌던 길고양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장충동의 한 주택가. A씨는 오늘도 자취를 감춰버린 길고양이 네 마리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맨다. A씨가 길고양이들을 챙기기 시작한 건 약 1년 전. 사람을 유독 잘 따르며 집 앞을 떠나지 않던 길고양이 한 마리에 맘을 빼앗긴 뒤 그는 물과 사료를 틈 날 때마다 챙겨주곤 했다. A씨의 따뜻한 맘이 닿아서인지 골목을 찾아오는 길고양이는 금세 네 마리로 늘었다. 매일같이 A씨 집근처를 돌아다니던 고양이들은 어느새 골목의 마스코트가 됐다. 하지만 강추위 때문인지 며칠 전부터 고양이들은 모습을 감췄다.

A씨는 “따뜻한 물을 떠 놓아도 금세 얼어버린다”며 “추위가 시작하자 사라진 고양이들이 너무 걱정된다. 주택가라 추위를 피할 만한 지하주차장도 없는데 어디서 얼어 죽진 않았는지 불안하다”고 했다.

‘이불 밖은 위험해!’ 요즘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이다. 살을 에는 강추위로 항공기가 뜨지 못한 제주에선 9만여명이 사투를 벌이고 있고, 1m가 넘는 ‘눈폭탄’을 맞아 생필품이 동난 울릉도에선 주민들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동물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집 없는 동물에게 이 같은 한파는 지옥 그 자체다.

실제로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강추위를 견디지 못해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은 유기견의 사진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맘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가로수 옆에 뭔가가 쓰러져 있어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개가 죽어 있었다”며 “몸이 꽁꽁 얼어 있는 걸로 봐선 추위에 떨며 잠이 들었다 죽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버려진 반려동물은 37만2767마리. 개는 24만8263마리(66%), 고양이가 11만9701마리(32%)였다.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야생동물보다 추위나 더위에 약하다. 온몸의 털이 체온 유지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요즘처럼 혹한에 길거리에 방치된 동물들은 저체온증으로 동사할 수 있다. 체구가 작거나 털이 짧은 동물일수록 추위에 약하다. 웰시코기, 닥스훈트 등 다리가 짧은 소형견은 차가운 바닥과 몸과의 거리가 가까워 체온을 빼앗기기 쉽다. 치와와같은 단모종도 체온을 지키기 힘들다.


24일 제주도에 위치한 한 리조트 내에서 눈을 맞고 서 있는 말. (사진 케어 제공) © News1

길거리를 떠도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마당 등 외부에서 생활하는 동물들도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긴 마찬가지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대표 박소연·전채은)에 따르면 24일 제주도에 위치한 한 리조트에서 기르는 말 한 마리가 눈보라 속에 방치돼 관광객들과 누리꾼들이 리조트 측에 항의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제주도의 체감온도는 영하 13.7도였다.

케어 측은 “말 한 마리가 처량하게 바깥에 묶인 채 엄청난 눈보라를 맞고 있었고 말의 등에는 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며 “항의를 받은 리조트 측이 임시 마방을 만들었지만 사방이 다 뚫려 있어 추위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말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저 상태로 계속 두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추위에 스스로 대비할 수 없는 동물들은 보호자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어떤 동물이냐에 따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보호자가 없는 유기동물들에겐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영하 10도라고 해도 체감온도는 더 낮기 때문에 체감온도를 감안해서 동물관리를 해줘야 한다. 서울동물원의 동물들도 대부분 야외 방사장에서 실내로 방을 옮겼다”며 “추위에 약한 동물들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외부에 두면 안 된다. 동물별 특성을 감안해 추위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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