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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쿨]귀를 만지면 주인도 물어뜯던 '응가'①
[펫스쿨]귀를 만지면 주인도 물어뜯던 '응가'①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0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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짖고 무는 건 물론 대변도 못 가리던 행동을 계속하던 응가.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불쌍한 우리 응가 좀 고쳐 주세요. 제발부탁 드립니다!"

앳된 목소리의 보호자였다. 키우고 있는 반려견 한 마리가 너무 물고, 짖고, 배변도 잘 못가린다고 했다. 응가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견은 세 살짜리 수컷 믹스견이었다. 응가의 보호자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문제행동이 심한 응가를 키울 수 없다고 버리라는 말까지 했다"며 "꼭 고칠 수 있게 도움을 달라"고 했다.

먼저 보호자에게 응가가 어떤 상황에서 무는지, 동거견이 있는지, 동거인은 몇 명인지, 아픈 곳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보호자는 응가가 약한 피부병을 가지고 있고 만지는 걸 싫어하긴 하지만 특히 귀를 만질 때 사람에게 공격적이라고 했다. 한 번은 귀 청소를 해주다 입술을 물려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는 함께 살고 있는 말티즈도 문다고 했다.

개의 행동 수정을 하기 전 항상 아픈 곳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곤 한다. 질병으로 인한 2차 문제행동이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로 감염이나 기생충 감염으로 인해 배변 실수를 하는 경우가 그 예다. 이는 치료를 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응가는 귓병이 피부로 옮아 피부병을 앓게 됐는데, 귓병을 치료할 때 보호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자 응가를 억지로 잡고 치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응가는 분명 치료를 거부했을 것이다.

피부병 때문에 탈수까지 왔던 응가. © News1

무는 행동의 90% 정도는 두려움 때문이다. 응가는 귓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오는 게 기분 나빴을 테고 억지로 잡는 행동도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귓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응가를 더 자극했고, 이는 곧 무는 행동으로 발현된 것이다.

두려움은 생존과 직결된다. 동물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확인되지 않은 대상을 두려워하도록 시스템화 되어있다. 만약 동물들이 야생에서 새로운 대상에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천적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 개에겐 어떤 대상에게 두려움이 들게 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 교육은 사회화 민감기 시기에 보호자의 보호·관리 아래 진행돼야 한다.

응가의 1차 문제는 귓병과 피부병이었다. 아프지만 않아도 어느 정도 호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치료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응가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가오는 사람도 거부하고 만질 수조차 없었다.

이런 응가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고전적 조건화를 접목한 교육을 시작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유명한 고전적 조건화는 중립적 자극(종소리)이었던 대상을 무조건 자극(고기)과 연결해 중립적 자극만으로 무조건 반응(침 흘리는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말한다.

응가에겐 사람이 나타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조건화했다. 그 후 사람이 응가를 만질 때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 다음은 원만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신체 탈감각화 교육(동물이 반응하지 않을 정도의 낮은 단계의 자극에서 점점 자극의 강도를 높여 최대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고 무시하게 하는 교육)'을 시작했다. 이 교육을 하자 응가는 몸과 귀를 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원만한 치료를 받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응가가 지나치게 흥분하며 감정조절을 못하는 것이었다. 모든 유기체는 본능이 이성보다 빠르고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해 실수를 하곤 한다. 응가에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는 이성적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응가에게 스스로 생각하게 하면서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시키는 '클리커 트레이닝(다음 화에 자세히 설명)'을 했다. 그러자 응가가 흥분하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차분하게 보호자의 의도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이성적인 반려견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반려견의 문제 행동이 발현하면 반려견에게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보호자는 많지 않다. 오히려 보호자는 개에게 문제를 돌리곤 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반려견의 건강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동물행동심리학자 한준우 씨티컬리지 애완동물학부 교수(사단법인 WITH 회장, 네발달린 친구들 클리커 학교 대표)

한준우 동물행동심리 전문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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