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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이혼하자고?"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이혼하자고?"
  •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승인 2016.04.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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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결혼 전부터 키우던 반려묘를 내다버린 시어머니와 그런 시어머니를 두둔하는 남편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다는 20대 여성 A씨의 사연이 지난 25일 온라인커뮤니티에 게시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A씨는 결혼 전 고양이 양육에 대해 남편과 시부모에게 동의를 받았지만 결혼 1년 후부터 시어머니는 A씨 부부가 아기를 갖지 않는 게 고양이 때문이라며 말없이 내다버렸다.

다행히 반려묘는 찾았지만 화가 난 A씨는 시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며 대들다 남편으로부터 "고양이 찾았으면 됐지 시어머니에게 버릇없이 군다. 가족보다 고양이가 중요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결국 남편과의 관계도 소홀해지고 시어머니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A씨는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A씨의 사연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행동을 비난하며 A씨의 이혼 결심을 지지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시어머니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소리를 지르며 대든 A씨의 행동 또한 지나쳤다며 질책했다.

A씨의 사연은 연속극처럼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근 신혼부부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이 갈등의 불씨가 돼 이혼 또는 파혼을 고려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신모씨(29·서울시 양천구)는 남자친구의 부모로부터 결혼을 하게 되면 반려견을 신혼집에 들이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개를 키우면 남편에게 소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랫동안 가족처럼 지낸 반려견을 보낸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신씨는 남자친구 부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에 지친 신씨는 결혼 준비를 더 진전시켜야 할지 고민 중이다.

1년차 주부 김모씨(34)는 결혼 후 반려묘 '가을이(2)'를 신혼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결혼 직후 시아버지로부터 "임부에게 고양이가 좋지 않은 병을 옮긴다더라. 임신 전에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남편은 더 큰 문제였다. 결혼 전 가을이와 함께 사는 것을 동의했던 남편이지만 자신을 할퀴었다며 고양이를 폭행하는 것. 김씨는 "남편의 폭력이 두려워졌고 자신만 보면 고양이를 버리라는 시댁 때문에 결혼생활을 더 이상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혼을 고려중이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일부 유기동물 입양 센터와 유기동물 임시보호자들 중에는 신혼부부 또는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는 동물을 입양보내지 않기도 한다.

손혜은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시댁의 반대로 반려동물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문의전화가 생각보다 많이 온다"면서 "결혼 전 센터를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하셨던 분들 중에서 결혼 후 시댁의 반대로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는지 상담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송명호 법무법인 감사합니다 대표변호사는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으로 몇 차례 이혼 상담을 한 적이 있다"면서 "반려동물 냄새를 못 견디겠다 등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단지 반려동물 때문에 이혼하겠다는 것은 이혼사유로 미흡하며, 반려동물을 계기로 일어난 싸움이 이혼의 결정적인 사유가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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