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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파양된 강아지
기침을 했다는 이유로 파양된 강아지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6.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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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를 방문하면 유독 눈에 띄는 개 한 마리가 있다. 반갑다며 기자에게 돌진하는 다른 개들과는 달리 먼 발치에서 혀를 살짝 내민 채 눈빛을 건네는 시츄 믹스견 '설이(8세 추정·암컷)'다.

은은하게 빛나는 눈, 윤이 좌르르 흐르는 털, 촉촉한 까만 코, 그리고 최고 매력 포인트인 살짝 나온 혀까지.

설이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설이의 외모와 매력에 푹 빠지곤 한다. 팅커벨프로젝트 회원들 사이에서도 설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예쁜 강아지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설이의 매력은 점잖은 성격 덕분에 더 빛난다. 활발한 개들이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닐 때도 얌전하게 친구들을 바라본다.

센터를 찾는 사람에게도 절대 달려들지 않는다. 조용히 다가와 몸과 얼굴을 부비며 반가운 체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순하고 예쁜 설이도 크나큰 아픔을 두 번이나 겪었다.

산책 중인 설이. © News1

설이는 2014년 4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도로에서 발견됐다.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들을 설이는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었다. 다행히 길을 지나던 팅커벨프로젝트 회원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차들을 세우고 가까스로 설이를 구조했다.

다친 곳은 없었다. 유기견치곤 행색이 말끔했다. 다만 오랫동안 밥을 못 먹은 듯 비쩍 말라 있었다. 혹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구조자는 골목 이곳저곳에 전단지를 붙였지만 보호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설이는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로 보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설이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다’며 입양센터를 찾은 한 부부가 설이를 입양하겠다고 한 것. 그 부부는 입양을 신청할 때도 평소 유기견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꼭 설이와 가족이 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그렇게 설이는 새집으로 떠났다.

그런데 이튿날 부부는 설이를 데리고 다시 센터를 찾았다. 부부는 다짜고짜 설이를 파양하겠다고 했다. 파양 이유도 황당했다. "간밤에 설이가 기침을 했어요."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도 별 문제 없이 적응하는 개가 있는가 하면 일시적으로 설사나 기침 등 이상증세를 보이는 개가 있다. 설이는 후자의 사례였다. 입양센터 간사는 '잠시 환경이 바뀐 탓에 그런 거니 좀 더 생각해달라’고 했지만 입양자들은 단호했다. 전날 설이와 평생을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건강하고 티 없이 맑은 설이가 기침을 했다는 황당한 이유로 파양됐었다”면서 “너무나 예쁜 아이다. 건강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어디 하나 빠질 데가 없는 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개보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아서인지 입양 상담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설이를 품어줄 가족이 하루빨리 나타나길 바란다”고 했다.

설이. © News1

Δ이름: 설이
Δ성별: 암컷(중성화 완료)
Δ나이: 8세 추정
Δ체중: 5.2kg
Δ견종: 시츄 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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