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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바로보기]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②
[동물원 바로보기]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②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09.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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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받은 일본원숭이들이 오토바이에 올라 타 묘기를 부리는 모습. (자료사진)

(서울=뉴스1) 라이프팀 = 동물쇼는 이미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지만 한국에선 도입 반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폐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동물쇼는 동물원이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를 배반한다. 동물원은 우리 속 동물에게 야생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 습성 발현과 종 보존에 힘쓴다. 하지만 공연장 우리의 동물에겐 인간의 말초적 유희를 위해 전혀 다른 처우를 한다. 하나의 시설에 사는 동물들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모순이 벌어지는 셈이다.

전 편(쇼는 계속되어야 한다?①)에서 언급했던 사자를 쇼의 그 어떤 동물로 치환해도 문제의식은 변하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동물쇼를 한다는 것은 그들이 해당 쇼에 쓰이는 동물들에게 원래의 삶에 가까운 생활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만 있다면 동물복지의 저해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물원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이 종 보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교감, 생명존중교육을 추구하는 '동물이 행복한 동물원'이라고 말한다. 동물쇼 전문업체의 공연보다 동물원 동물쇼에서 복지 침해가 상대적으로 덜 함에도 내가 후자를 더 문제 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동물원 동물쇼는 공연에 동원되는 동물에 대한 기만이며, 넓게 보면 관람객에 대한 기만이기도 하다.

관람객을 응시하는 오랑우탄 ‘제니’. 2008년부터 에버랜드의 동물쇼에 동원되었던 제니는 인식의 변화로 2015년부터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게 됐다. (사진 최혁준) © News1

다행히 국내 동물원의 동물쇼도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점차 그 수가 줄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학대 동물원'으로 악명이 높던 한 동물원은 문제가 되던 주요 동물쇼를 폐지한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느껴지는 관람객들의 인식 변화로 동물쇼를 없앴다'고 밝혔다. 전적으로 입장객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동물쇼는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달리 사업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 공연동물 복지에서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없다는 말이 특히 자주 인용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쇼 동물의 조련사와 동물원의 사육사가 딱히 분리돼 있지 않아 쇼가 없어진다고 해도 조련사는 실직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동물쇼는 대개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벌어지기에 이곳들에서의 쇼가 사라진다면 국내 대부분의 동물쇼를 없앨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가 보지 않는다면 보호단체와의 소송도, 새로운 법안 제정도 필요치 않다.

국내 동물원 동물쇼에 동원된 캘리포니아바다사자의 모습. 이런 모습을 통해서는 바다사자와 그 삶에 대해서는 물론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 또한 배울 수 없다. (사진 최혁준) © News1

아이들에게 물개와 돌고래를 그려보라고 하자. 다만 다른 조건은 걸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도록 해보자. 물개 코끝에 공을 그려 넣고, 돌고래 몸통 둘레에 플라스틱 고리를 그리는 아이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다. 물개(쇼를 본 사람들이 흔히 물개라고 알고 있는 그 동물의 대부분은 바다사자다)와 돌고래는 공연 수조에서 코끝으로 공이나 굴리는 동물이 아니다. 그들은 대양을 누비고 파도를 헤치며 먹이를 사냥하고 민첩하게 포식자를 피하는, 우리와 이 행성을 공유하는 아름답고 위풍당당한 친족들이다.

현대인은 점점 자연과 유리되어 생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자녀들에게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휴가와 주말, 공휴일을 쪼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물원을 찾는 오늘날의 부모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이들에게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해줄 것이냐는 부모의 좋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녀가 지구를 지배하며 뭇 생명 위에 군림하는 인간 어른이 되길 바란다면 동물쇼 만한 것이 없을 것이나, 다른 생물과 함께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원한다면 쇼를 통해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1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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