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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스쿨] 복돌이가 유난히 간식에 집착했던 이유①
[펫스쿨] 복돌이가 유난히 간식에 집착했던 이유①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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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돌이.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우리 복돌이 좀 고쳐 주세요!”

7년 전 가을 한 여성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짜고짜 복돌이를 고쳐 달라던 여성은 자신의 반려견이 가진 문제 행동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복돌이는 간식에 대한 집착이 심했고, 미용 트라우마로 자신을 예뻐하는 보호자까지 물었다.

그는 복돌이가 하도 무는 바람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가 멀어지고, 특히 아버지는 복돌이를 갖다 버리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복돌이의 보호자는 정신병원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분이었다. 복돌이와는 약 1년 전부터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퇴근길에 펫숍에 진열돼 있는 강아지들을 구경하다 검정색 푸들, 지금의 복돌이가 눈에 띄어 분양을 받았다고 했다.

복돌이는 그에게 정신적 위안이 됐다. 일하는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이끌고 집에 갔을 때 그를 위로해주는 건 복돌이뿐이었다.

그런데 복돌이가 8개월령이 됐을 무렵, 문제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간식을 집어 주기 위해 손을 뻗은 순간 복돌이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물기 직전의 자세를 취했다. 깜짝 놀란 보호자는 간식을 줍지 않고 뒷걸음질 쳤다.

그날 이후, 복돌이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마다 으르렁거리며 사람들을 물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 보호자까지 물었다.

보호자는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복돌이에게 사랑을 줬지만 복돌이의 행동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는 행동은 더 자주 나타났다.



복돌이의 문제행동을 고치기 위해선 먼저 복돌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해야 했다.

보호자에 따르면 복돌이는 보호자가 떨어져 있는 간식을 집어 주려 하자 으르렁 거리며 보호자를 위협했다. 사실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여러 마리를 한 가정에서 기르지 않는 이상 보호자와 개 사이에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다. 게다가 푸들이라는 견종은 대부분 먹이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료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람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분리불안증으로 고생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일단 보호자에게 복돌이가 어떤 상황에서 간식에 집착을 하고 무는 행동을 보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보호자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도 원인을 찾지 못하겠다'고 했다.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복돌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특별히 복돌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상황은 없다고 했다.

보호자가 반려견 문제행동의 원인을 모르는 경우엔 행동학과 행동분석학을 바탕으로 유추해석을 해야 한다.

복돌이의 경우, 낮에 혼자 지내는 복돌이가 안쓰러웠던 보호자는 집에 돌아오면 복돌이에게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랑을 주었을 것이다. 이는 보호자가 복돌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유추할 수 있었다.

복돌이는 보호자에게 안길 때면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보호자는 복돌이를 계속 안으려고 했다.

또 보호자는 퇴근길에 항상 펫숍에서 복돌이의 간식을 사왔다고 했다. 저녁마다 복돌이는 간식 파티를 벌였던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보호자의 행동이 '저녁마다 간식을 기다리는' 복돌이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복돌이가 간식에 집착하게 된 원인으로 보였다.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보호자는 회식이나 모임이 있을 땐 펫숍이 문을 닫아 간식을 사 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복돌이의 무는 행동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보호자에게 복돌이는 정신적인 안식처였지만 복돌이에게 보호자는 단지 귀찮은 사람, 간식을 제공하는 사람에 불과했던 것이다.

'복돌이가 유난히 간식에 집착했던 이유' 2편은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동물행동심리학자 한준우 씨티칼리지 애완동물학부 교수.(네발 달린 친구들 클리커 트레이닝 대표, 딩고(DINGO) 코리아 대표, 힐링팜 애니멀 에듀테인먼트 대표)

한준우 동물행동심리 전문가.©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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