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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바로보기] 동물원은 정말 '노아의 방주'일까①
[동물원 바로보기] 동물원은 정말 '노아의 방주'일까①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12.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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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3월 서울동물원에서 태어난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인 삵 5마리가 경기 안산시 시화호 상류습지에 방사됐다. 사진은 방사 당시 모습. (자료사진)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혹자는 인류사를 '권리 확장의 역사'로 표현한다. 이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우리가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는 대상이 점점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지나온 세기와 비교하면 오늘날의 동물원에 대한 인식 역시 눈에 띄게 변화되었다.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논의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이래, 오로지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자유를 박탈당한 동물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왔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껴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동물원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동물원들은 '동물들이 비록 불쌍하지만 마냥 불쌍하지만은 않은 이유'를 들어 사람들의 불편한 감정을 덜어주려 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동물원은 노아의 방주다'라는 것인데, 동물원이 야생동물들을 멸종으로부터 막는 종 보전 기관의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사불상(좌)과 흰오릭스는 모두 야생 멸종한 상황에서 동물원의 개체들을 증식하여 재도입한 성공적인 동물원 종 보전의 사례다. 다만 이 밖의 유사 사례는 세계 동물원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사진 최혁준) © News1

동물원을 방주에 비유한 표현은 널리 받아들여져 있는 듯하다. 생존경쟁이나 밀렵, 서식지 파괴와 같은 위협요인으로부터 안전한 동물원에 살고 있는 수백, 수천 종의 야생동물들을 성경 속 대홍수로부터 안전한 방주에 올라탄 동물들에 비유하는 것은 얼핏 적절해 보인다.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동물원들은 동물원이 비록 전시를 목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야생에 그대로 두었으면 결국 계속되는 개체 수 감소로 인해 멸종하고 말았을 동물들을 안전히 '보관'하고 있는 사실은 분명하니 동물복지는 어떨지 몰라도 종을 보존하는 측면의 순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로서 이 비유는 부분적으로만 유효하다. 현대의 동물원은 노아의 방주에 비교하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서부로랜드고릴라 ‘고리나’는 40여 년 전 아프리카의 야생에서 잡혀와 동물원 전시용으로 거래되었다. 고릴라 보전의 주요 위협요인 중 하나는 애완·전시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밀렵이다. (사진 최혁준) © News1

가장 먼저 둘 사이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노아의 방주 속 동물들은 먼저 대홍수라는 위기에 처했고, 그에 따라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에 의해 방주가 지어졌다는 선후관계가 있다. '보존'이라는, 동물들이 방주에 올라타게 된 최초 목적이 분명하다.

반면 동물원의 경우에는 홍수와는 무관한 목적으로 방주를 먼저 지은 꼴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근대의 동물원은 종 보전은커녕, 오로지 과시와 흥미 위주의 공간이었다. 게다가 이 시절에는 동물들의 보전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시기에 동물원 전시를 위한 사냥으로 급격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멸종위기에 몰리게 된 동물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현대에 와서 동물원이 뒤늦게 종 보전을 외친다 한들 이미 동물원에게는 근원적인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한계점이 또 다시 둘 사이에 차이를 만들어왔다.

방주에 탄 동물들이 평생 방주 안에만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가 있을까?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당장 살아남은 개체 존속의 의미일 뿐, 결국 방주에서 내려 다시 육지로 나오지 못한다면 각각의 동물 종들은 존속할 수 없다. 이렇듯 홍수로부터 구해낸 동물들이 다시 존속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육지를 찾아 자유로이 풀어주는 것까지가 방주의 완전한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 오월드 동물원의 저어새. 오월드는 2010년 저어새의 종 보전·복원을 목적으로 일본으로부터 두 쌍의 저어새를 들여왔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특별한 활동 없이 이들을 전시하고만 있다. (사진 최혁준) © News1

반면 전 세계 대부분의 동물원이 하는 일은 그저 '보관'에 그치고 있다. 동물들을 방주 안에만 두고 있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길러진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 일은 무척 드물다. 실제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동물원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동물원이 보유하고 있는 종 전체에 비교해보면 야생으로 돌아가는 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물이 야생에서 생존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직전 글 '네 삶을 풍부하게 하리라(링크)'에선 동물원 환경이 야생 환경보다 어떤 점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알아보았다. 동물원 환경이 얼마나 예측가능하고 단순한지를 알아보는 일은 반대로 야생 환경이 얼마나 불확실하고 다원적인 복잡계인가를 고찰하는 일도 된다. 야생에서 태어나는 동물들은 그러한 복잡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자라나는 반면, 동물원에서 태어난 동물은 그 모든 것들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인공적이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익혀야 한다. 따라서 그 과정은 무척 어려운 일이며, 통제된 환경에서 전문가들의 노력을 거쳐야만 그나마 눈에 띠는 성과를 낼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의해 야생으로 방사되는 여우. 종 복원 전문기관의 사업임에도 방사된 여우들의 생존율은 높지 않아 동물원의 한계를 더욱 잘 보여주고 있다. (자료사진) © News1

따라서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들에게 노출되어 있고, 본래의 서식환경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동물원 동물들이 야생의 삶에 적응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더군다나 동물원은 엄밀히 사육·전시를 위한 공간이지 종 보전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부적합 대상과 비전문가의 조합인 셈이다. 어떤 멸종위기종을 보전한다고 했을 때 실질적 보전사업을 동물원이 주도하는 경우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국가기관 차원에서 별도의 전문가들을 포함하는 전문기관을 두고 보전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이렇듯 야생으로 동물을 돌려보내는 수준의 실질적 종 보전 활동은 절대 전시와 겸해서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의 기린 방사장. 기린의 아종 중 마사이기린과 그물무늬기린을 오랜 기간 함께 기르면서 교잡이 발생해왔는데 유전 연구 결과 올해부터 두 아종이 아예 다른 종으로 분류되면서 이제는 이 기린들을 어떤 종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진 최혁준) © News1

사실 동물 종의 온전한 '보관'이라는 것부터가 동물원으로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종의 보전에 있어서는 개체 단위도 중요하지만 특히 유전적 단위 보전의 중요성은 관련 연구가 거듭될수록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종을 보존한다고 할 때는 생물학적으로 그 종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순수한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동물원에서는 이종교배 또는 아종간교배가 일어날 여지가 아주 크다. 외형적으로 구분이 어려운 종(또는 아종)은 세계 곳곳의 동물원에서 쉽게 섞여서 사육되고, 그 과정에서 교잡 개체를 낳게 된다. 이렇게 그 종을 유전적으로 정의해주는 요소들은 희미해지고, 결국 교잡 개체는 부모 중 어느 쪽의 종으로도 불릴 수 없게 된다. 동물원은 이런 방식으로 하나의 종을 '보관'하는 데 실패하는데, 이어지는 문제는 여기에 대한 동물원들의 무지와 그릇된 윤리관에서 발생한다.

조상 세대에서 벵갈호랑이와의 교잡으로 태어난 서울대공원의 하얀 시베리아호랑이. 동물원 측은 이 호랑이의 혈통이 교잡되었음을 알았지만 번식과 개체교환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국내의 다른 혈통들까지 교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사진 최혁준) © News1

많은 상업적 동물원들은 유전적 단위의 번식관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 때문에 관리 중인 동물의 교잡 여부를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교잡을 방임한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교잡 여부를 신경 쓰지 않고 교잡 동물들을 다른 동물원에 보내곤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잡 혈통은 널리 퍼져나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동물원 동물을 야생의 동물들과 유전적으로 분리시켜 보전의 의미를 없애버린다.

'동물원은 노아의 방주인가' 2편은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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