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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앵무새 알 밀수·부화시켜 10억원대 유통시킨 일당 검거
멸종위기 앵무새 알 밀수·부화시켜 10억원대 유통시킨 일당 검거
  •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승인 2017.03.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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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대만과 태국 등지에서 밀수한 앵무새 알을 부화시켜 10억원 넘는 앵무새를 시중에 유통해온 밀수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앵무새 알을 몰래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 100여 차례에 걸쳐 인천국제공항을 들락거렸지만 공항검색대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멸종위기종인 앵무새 알을 밀수해 시중에 유통한 혐의(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대만 밀수 총책 A씨(42)를 구속하고 태국 밀수 총책 B씨(44)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또한 경찰은 이들과 함께 밀수에 가담하거나 밀수된 것임을 알고도 이들로부터 앵무새를 구입한 17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A씨와 B씨에게 앵무새 알을 판매한 현지인 브로커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대만인 브로커 C씨(37)를 통해 국제적 멸종위기종 1,2급에 해당하는 앵무새 알 2억960만원 상당을 밀수해 이를 부화시켜 538회에 걸쳐 4억9252만원가량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경우 지난 2008년 태국여행 중 알게 된 현지 조류원 사장인 D씨(37·여)로부터 지난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억5948만원 상당의 앵무새 알을 밀수해 이를 5억3584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밀수해온 앵무새 알을 부화기를 통해 부화시킨 뒤 2~3개월가량 키워 판매했다. 밀수한 앵무새 알의 가격은 1만원부터 80만원, 부화된 앵무새의 소매가격은 적게는 23만원부터 많게는 25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은 알을 식빵 사이에 넣거나 과자 깡통에 솜을 까고 알을 깨지지 않도록 담은 뒤 이를 여행 가방에 넣아 밀반입했으며 100차례 넘는 밀수 과정에서 출·입국 시 공항검색대에서 적발된 것은 A씨만 단 1회에 불과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합법적으로 보유한 앵무새가 낳은 알을 부화시켜 앵무새를 보유하게 되는 경우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받으면 개인간 판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용해 밀수한 알들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어미새들의 알인 것처럼 속여 증명서를 발급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합법적인 개체인 경우 판매 시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과태료에 그치는 점에 착안해 단속되더라도 '합법적 개체인 줄 알았다'고 하는 식으로 서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한편, AI의 유행으로 수백만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된 가운데 전염성 질병의 유입을 막기 위해 가금류 수입금지지역으로 지정된 태국과 대만에서 이처럼 많은 앵무새 알이 밀수된 것은 우리 방역체계의 허술함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사례가 됐다.

경찰은 "압수한 앵무새들에 대한 AI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부 '음성'으로 판정됐다"면서도 "이번처럼 검역을 전혀 거치지 않은 대량의 밀수 종이 국내로 반입된 사실은 우리 방역체계의 점검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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