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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아 생긴 부상보다 마음의 상처가 깊은 유기견
총 맞아 생긴 부상보다 마음의 상처가 깊은 유기견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3.0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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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눈동자는 사람의 눈을 연상시킨다. (사진 케어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케어 유기동물 입양센터엔 생김새가 남다른 유기견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사람처럼 그윽한 갈색 눈동자, 늑대처럼 날렵한 몸매와 턱선, 온몸을 뒤덮은 회색 털 사이에 삐죽 자리 잡은 하얀 털. 2013년생으로 추정되는 수컷 아키타 믹스견 크리스다.

크리스가 입양센터에 온 건 2015년 4월. 경기 김포시의 한 마을을 떠돌던 크리스를 가엽게 여긴 주민의 제보로 구조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크리스는 생후 5개월 때부터 마을을 떠돌았다. 주민들은 "늑대 같이 생긴 강아지 한 마리가 언젠가부터 동네를 떠돌아다녔다"고 했다.

강아지라곤 하지만 아키타 믹스견인 크리스의 몸집은 웬만한 개보다 컸다. 불행하게도 크리스의 유난한 덩치는 식용견 농장을 운영하던 마을 농장주와 이장 등의 이목을 끌고 말았다. 그들은 길게는 며칠간이나 크리스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날쌘 크리스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반복되는 중에도 크리스의 몸집은 점점 커져갔다. 크리스를 포획하려는 농장주와 마을 남성들의 욕망도 더불어 커져갔다. 그들은 크리스를 잡으려고 마취총과 수렵총까지 동원했다.

크리스는 고분고분하게 잡히지 않았다. 제보자에 따르면 영특한 크리스는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해지면 인근 산으로 숨어들었고,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만 산에서 내려와 자신과 비슷한 외모의 허스키가 살고 있는 제보자의 집에 들어가 밥을 얻어먹고 줄행랑을 쳤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크리스를 노리는 자들이 늘어갔다는 점이다. 크리스를 잡겠다는 식용견 농장주와 이장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크리스가 잡히길 바랐다. 20㎏이 넘는 몸집과 늑대를 닮은 외모가 위협감을 준다는 게 이유였다.

제보자는 크리스가 곧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용기를 냈다. 그는 케어에 연락해 "크리스를 구해달라"고 읍소했다. 따듯한 봄날 크리스는 길고 공포스러웠던 길거리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크리스(오른쪽)와 천사가 케어 입양센터를 방문한 기자를 반기고 있다. © News1

케어 구조팀 관계자들은 구조한 크리스를 보고 경악했다. 한쪽 다리에 총알이 스친 자국이 선명했다. 다행히 그 상처 말곤 별다른 신체적 문제는 없었다. 몸에 난 상처보다 심각한 건 정신에 입은 상처였다. 크리스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기만 해도 대소변을 지리고 땅바닥에 엎드려 일어날 줄을 몰랐다.

김은일 케어 입양센터 팀장은 "다행히 경계심이 많이 풀려 이젠 간사들을 향해 꼬리를 흔들거나 간사들을 졸졸 쫓아다니기도 한다"면서 "처음 본 사람들은 늑대를 닮은 외모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개보다 순하고 영리한 개가 크리스다"라고 말했다.

물론 크리스의 마음에 난 상처는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김 팀장은 "옛 기억 때문에 아직도 산책을 나가지 못하고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몸을 움츠리곤 한다"면서 "자신을 가슴으로 사랑해줄 가족이 생기면 이 불안감과 경계심도 나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크리스는 입양센터에 입소한 지 3년이 다 돼가도록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사진 케어 제공) © News1

Δ이름: 크리스
Δ성별: 수컷(중성화 완료)
Δ나이: 2013년생 추정
Δ체중: 22kg
Δ견종: 믹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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