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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추웠던 그날, 늙은 개는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유독 추웠던 그날, 늙은 개는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3.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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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서울 관악구의 등산로에 버려졌던 겨울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6년 12월 29일. 모두가 연말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겨울이는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등산로였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등산로에서 겨울이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구조자에 따르면 겨울이는 깨끗한 상태였다. 지난밤 내린 눈을 맞았다면 털이 젖어 있었을 테지만 겨울이의 몸은 뽀송뽀송했다. 구조자는 "겨울이가 버려진 지 얼마 안 돼 보였다"고 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 겨울이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온몸이 마비가 온 것처럼 굳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구조자는 곧바로 겨울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검진 결과는 참혹했다. 겨울이의 이빨은 송곳니 하나를 제외하곤 몽땅 빠져 있었고, 아래쪽 턱뼈는 부러져 있었다. 심장사상충도 발견이 됐다. 약을 먹을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심장도 좋지 않았다.

구조 당일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겨울이. (사진 유경근 수의사 제공) © News1

당시 겨울이를 진료한 방배한강동물병원 유경근 수의사는 "겨울이가 다시는 못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면서 "주인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건강관리는 전혀 하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겨울이의 이빨이 빠진 것도, 턱뼈가 부러져 있던 것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때문이다. 치주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이빨이 하나둘 빠졌고, 염증이 심해지다 보니 아래턱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유 수의사는 "염증이 심해 남아 있던 송곳니마저도 빠져버렸다"면서 "내원일부터 탈진, 심장사상충, 잇몸 염증 등을 치료해 지금은 완전히 건강을 되찾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빨은 하나도 안 남았지만 겨울이는 여느 반려견과 다를 게 없다. 먹이 욕심이 많아 밥그릇을 앞에 두고 친구들에게 으르렁대기도 한다.

문제는 입양이다. 치료가 끝난 터라 병원을 떠나야 하지만 갈 곳이 없다. 나이가 많아 선뜻 입양하겠다는 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유 수의사는 "몸집도 크지 않고 밝고 순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지만 최소 10세로 추정되는 겨울이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다들 불쌍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나서진 않더라"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겨울에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겨울이가 남은 생이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면서 "딱한 겨울이를 따뜻한 품으로 안아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치료 후 겨울이의 생기 넘치는 모습. © News1

Δ이름: 겨울
Δ성별: 수컷(중성화 예정)
Δ나이: 10세 이상 추정
Δ체중: 5kg
Δ견종: 믹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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