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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고양이처럼 무념무상하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때론 고양이처럼 무념무상하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승인 2017.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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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에 득도한 고양이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뭘까. (사진 한빛비즈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절에서 부처님 말씀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자신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신에게 '잘 되게 해달라' 기도하는 데 이를 꾸짖으며 '그것조차 욕심이니' 마음을 비우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처님의 말씀 중 불교 수행자가 지녀야할 덕목을 시의 형태로 써놓은 경전인 '법구경'이 있다. 마야시타 마코토가 지은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은 이 법구경을 고양이의 목소리를 빌려 비교적 쉽게 풀어준다.

일본은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더니 이젠 부처로까지 연결시키나 싶겠지만 나름 연관성이 있다. 책에 의하면 원래 일본에는 고양이가 없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6세기 중반 불교 경전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지던 시기에 쥐가 경전을 갉아먹는 것을 막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데려온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고양이의 트레이드마크인 고민 없는 표정은 어쩌면 부처의 말씀을 전하기에 가장 적절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총 5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법구경에 실린 시 한 구절과 그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각 파트는 Δ마음이 편해지는 방법 Δ번뇌를 없애는 방법 Δ행복에 대한 생각 Δ무관심의 비책 Δ안락한 삶을 주제로 총 84가지의 방법을 전한다.

눈에 띄는 점은 불교 경전에 충실한 의미 전달이다. '더럽히는 것도 깨끗하게 하는 것도 나, 마음을 청소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나뿐이다냥'편에서는 불교의 '십선계'를 '해서는 안 되는 10가지'로 정리했다. 불악구(不惡口)는 험담을 해서는 안 되고 험한 말을 써서도 안 된다, 불진에(不嗔恚)는 분노를 담아두어서는 안 된다 등 이 10가지는 따로 적어 책상 앞에 붙여두고 보면 좋을 말들이다.

최근 유행하는 '욜로족'(YOLO·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도 있다. '쾌락 뒤에 오는 기나긴 괴로움을 현명한 고양이라면 알고 있다냥!'편에서는 불교의 '소욕지족'의 가르침에 맞게 욕심이 조금 채워지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단 여기서 만족은 물질이 아닌 마음의 부유다.

한 장씩 넘기다보면 기억해두고 싶어지는 구절이 많아 절로 책 귀퉁이가 접혀진다.

또 '분노하지 않는 것으로 분노를 이겨라. 좋은 일로 나쁜 일을 이겨라. 나누는 것으로 인색함을 이겨라. 진실로 거짓을 이겨라'같은 부분에는 밑줄이 그어진다.

저자가 오랫동안 반려묘를 키워서인지 고양이의 특성을 잘 살린 문체가 매력적이다. 법구경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도 좋지만 그에 맞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마야시타 마코토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게 된다.

빠르게 읽기 보단 자기 전이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틈틈이 여유를 갖고 읽으면 의미가 더 진하게 다가 설 것이다. 지금부터 찬찬히 3~4개씩 읽다보면 5월 3일 석가탄신일 즈음엔 조금은 부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냥.(미야시타 마코토 지음·김희은 옮김·한빛비즈·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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