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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갈등 유발하는 반려동물 문제, 이렇게 해결했죠"
"주민 갈등 유발하는 반려동물 문제, 이렇게 해결했죠"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4.0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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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민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장이 6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이웃 개가 계속 짖어 힘들다는 민원이 많았어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문제 있는 반려견을 교육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거죠."

최재민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장의 고민은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오는 민원 전화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전화를 걸어 '옆집 개가 심하게 짖어대는 통에 살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개가 있어 짜증난다' 등의 불만을 제기하곤 했다. 구청으로선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은 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문제에 대한 예방과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최 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행정기관이 손 놓고 있어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층간소음보다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이 많았어요. 주민들은 서로 갈등을 겪고 있는데 구청이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죠. 그래서 문제 행동을 가진 반려견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거예요.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은 이웃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건 물론 유기동물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주민들의 호응은 즉각적이었다. 문제행동 교정에 많은 비용이 드는 탓에 속만 썩고 있던 보호자들에게 구청에서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 듯했다. 30명 모집에 100여 명이 몰렸다. 최 팀장은 "지난 1일 첫 강의를 진행했는데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더라"라면서 "문제행동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 보호자들이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명씩 한 반을 꾸려 총 다섯 번의 강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지난 1일 진행된 반려견 행동교정 교육 '강동서당'의 모습. © News1

강동구가 반려동물 관련 문제에 보다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동물복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동물복지팀'이 신설되면서부터다.

그 전부터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드는 등 동물복지 분야에 앞장서긴 했지만 전문 팀이 만들어지면서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최근엔 구청 옥상에 길고양이 쉼터를 조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오는 12월까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물복지 교육, 캠페인, 축제 등이 열릴 예정이다.

강동구의 이러한 활동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벌써 여러 지자체들이 구청을 방문해 전반적인 일을 배워갔다. 이때마다 최 팀장은 동물복지의 기본 원칙을 강조한다.

“동물복지엔 기본 원칙이 다섯 가지 있어요. 배고픔의 해결, 적절한 사육환경 제공, 동물의 습성 인정, 질병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예요. 이 기본 원칙에 충실한 사업들을 구상하기 시작한 거죠. 길고양이, 유기동물, 반려동물, 그리고 사람 모두 행복하게 사는 방향으로요.”

강동구청 옥상에 만들어진 '길고양이 어울쉼터'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졸고 있다. © News1

구청의 이 같은 사업에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대뜸 전화를 걸어 딴지를 건 주민도 있었고,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고 죽여 달라’고 요청한 민원인도 있었다. 최 팀장을 비롯한 두 명의 팀원들은 이럴 때마다 꿋꿋이 주민들을 설득해갔다.

“계속 대화했어요. 왜 그런 민원을 넣느냐고 물어보면 ‘그저 싫다’고 대부분 답변하더라고요. 사실 길고양이는 먼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진 않거든요. 오히려 밥을 잘 주면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뜯는 일도 없어지고요. 중성화 수술을 하면 밤새 울거나 싸우는 일도 없고요.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해소하는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된 거죠.”

이런 민원들이 들어올 때면 최 팀장을 비롯한 동물복지팀 직원들은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물복지와 사람의 복지는 연결돼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죽이고 길거리의 유기동물들을 나 몰라라 하면 결국 피해가 사람에게까지 전해지거든요. 구청에선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고,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기 위해서 이런 일들을 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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