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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냥'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냥'
  •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승인 2017.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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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많다면 때론 고양이처럼 편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님말고. (사진 시공사 제공)© News1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가수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는 많은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우리가 하루에 쏟아 붓는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어제의 고민이 오늘의 불안함으로, 다시 내일의 걱정으로 이어지는 현대인의 삶은 피곤하기만 하다.

이런 고민 속에 책의 저자 남씨(본명 남성현)는 "잘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멀어져만 가는 것들을 보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좌절밖에 없었지요"라고 말한다.

그러던 중 저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반려묘 탱이(탱고).

남씨는 "탱이는 한 번뿐인 삶을 꽤 대충 사는 것 같았습니다"라며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고 뭔가를 잘하려고 애쓰지도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꽤나 충실히 해내는 반려묘를 본 그는 생각한다. 그래, 고양이처럼 살아야한다고.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는 작가 자신의 경험과 감상이 담긴 글이 재미있는 고양이 일러스트와 조화를 이루는 에세이집이다. 남씨와 탱이는 Δ주인공은 죽지 않는 법 Δ위로가 필요하냥 Δ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Δ고양이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지 Δ망설이지 말고 그냥해 등 총 5장에 걸쳐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고양이와 같은 마음을 먹고 살 수 있는지를 유쾌하게 알려준다.

1장 '맞춰가는 중'에는 "단점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서로에게 끌린다면/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라는 달콤한 글이 실려 있다. 하지만 바로 밑에 "#맞춰가며사는거지뭐 #근데털은좀 #한곳에모아놔라" 라는 첨언과 탱이와 남씨가 털로 서로 괴로워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웃음을 준다.

2장 '30대가 되면'편에선 "30대가 되면 집도 있고, 차도 있고,/저축해둔 돈도 많을 줄 알았지./그리고 왠지 10년 뒤에도/이것과 비슷한 문장을 쓰고 있을 것 같아"라는 진지한 글이 담겨있다. 그런데 그림엔 "두 살 되면 장모종 된다며!"라는 탱이의 앙칼진 멘트가 실려 있어 보는 사람의 입꼬리를 저절로 올라가게 만든다.

읽다보면 짧지만 공감되는 문장과 반전 화법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하상욱의 시집 '서울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남씨 역시 길지 않은 글 속에 우리가 평소 마주할 법한 감정을 잘 잡아낸다. 저자의 센스는 '마음에도 칼로리가 있다면 나는 고도비만이겠지. 먹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으니까'같은 구절에서도 잘 드러난다. 반려동물을 '반겨동물'로 표현한 부분도 비슷한 예다.

책엔 집사로서의 애틋함도 담겨있다. 1장 '눈에 밟힌다는 건' 편에선 지하철 개찰구의 카드인식기에 누워있는 반려묘를 그림으로써 집사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짤막한 글과 재치 있는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장. 우리의 삶도 고양이처럼 '캣썅마이웨이'가 될 수 있을까. 일단 그런 걱정부터 하지 말아야할 것 같다. 쓸데없는 고민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면 한 번 쯤은 탱이를 떠올려보자. 어디선가 탱이가 "그렇게 걱정 하지마, 아님 말면 되잖아"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남씨 지음·시공사·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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