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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원 헬스'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원 헬스'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승인 2017.08.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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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농장에서 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2017.8.2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조류독감(AI)으로 수천 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아 있는 채로 땅에 묻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 문제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계란에서도 '비프로닐(Fipronil)'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업인, 음식업계, 식품 제조업계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번에 검출된 살충제의 양이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서민의 주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옴에 따라 농가의 피해와 소비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다.

털이 있는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이와 진드기가 생기게 마련이고, 산란계 농가에서 생활하고 있는 닭들도 깃털 안에 진드기가 기생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모래목욕을 통해 이와 진드기를 스스로 퇴치하지만 움직일 틈도 없는 좁은 우리에 닭을 빽빽하게 몰아넣고 키우는 공장식 밀집 사육 환경에서 닭들은 스스로 진드기를 퇴치하기 어렵다.

또한 그런 환경에서는 닭들의 활동성이 떨어지니 병충해에 노출이 쉽고 수많은 개체가 밀집해 있어 질병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감염되어 더 강한 살충제의 사용을 반복하다 보니 결국 사람이 먹는 계란에까지 살충제 성분이 묻어나온 것이다.

현재 닭에 기생하고 있는 진드기를 없애는 방법으로는 비용이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농약(살충제)을 살포하거나, 사람과 가축에 무해한 유기농 약품을 투여하는 방법, 황토 및 실리카라는 성분을 건축물 및 기계장치에 도포하는 방법 등을 이용하는데 독성 살충제에 비해 효능이 많이 떨어져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쓰고 있다.

한 산란계 농장 보관창고에 출하하지 못한 유정란들이 쌓여있다.(자료사진)2017.8.2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살충제를 닭에 직접 분사하거나 축사 주변에 분사하면 치우지 못한 사료에 묻어 있는 살충제를 닭이 먹게 되고, 혈중에 피프로닐이 남아 있어 닭의 피를 흡혈한 진드기는 죽게 되지만 닭의 체내에 흡수된 피프로닐은 대사과정을 거쳐 계란 안으로 들어간다.

동물의 기생충 치료에 사용된 피프로닐은 체내에 침투하면 신경전달물질(GABA)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경을 흥분시켜 죽게 하거나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간장, 신장, 갑상선 등 장기가 손상 될 수 있다. 이 약물은 사람의 옴 치료에도 사용되는데, 같은 방식으로 신경독성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사용이 금지된 약품이다.

국내 양계농장 일부에서 사용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Bifenthrin)'은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의하면 일일 섭취허용량이 0~0.0002mg/kg 정도로 상당히 독성이 강한 약물이다.

먹을거리 안전 문제는 바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축산안전관리시스템 재정비와 함께 공장식 밀집·감금 사육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닭들이 피부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도록 흙 목욕과 정기적인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친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는 말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통해서 환경적 요인이 인간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환경과 동물의 생태계에서 오는 환란은 '약방에 감초'식 해결이 아닌 원 헬스(One Health) 개념으로 통합관리 해야 한다. 정부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생태계의 건강을 하나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빠른 시일 내에 설치해야 한다.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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