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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공격 직접 체험해보니…팔 물리는 순간 '휘청'
대형견 공격 직접 체험해보니…팔 물리는 순간 '휘청'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승인 2017.09.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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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피터'(5)는 교육받은 개라서 걱정 안하셔도 돼요. 정해진 곳 말고 다른 곳은 안물어요. 피터가 팔을 물면 크게 소리내면서 몸을 움직여 보세요."

이웅종 반려동물행동교정 전문가(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대형견을 보며 긴장하던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어릴 때부터 즐겨본 동물관련 프로그램에 나온 전문가의 말이었기에 어느 정도 안심은 됐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순 없었다.

최근 대형견에 물리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대형견의 관리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기자는 지난 14일 오전 경기 화성시 봉답읍에 위치한 이삭애견훈련소에서 대형견에게 공격당하는 체험을 직접 해봤다. 처음 훈련소를 찾았을 땐 '별 거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지만 '피터'를 보자마자 이는 잘못된 판단이란 것을 깨달았다.

어릴 때 개를 키운 적이 있고, 평소에도 크기에 상관없이 거리를 지나가는 개에게 귀엽다며 다가갔던 기자였다. 그러나 날카롭게 날이 선 이빨과 매서운 눈빛의 피터 모습은 정말 꿈에 나타날까 두려웠다. 앞서 이 교수가 시범을 보였지만 피터 앞에 서보니 본능적으로 '피터'가 강자로 느껴졌다.

체험준비를 마치자 이웅종 교수는 피터의 목줄을 잡고 있던 다른 훈련사에게 목줄을 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피터는 기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돌진해서 달려든 피터는 기자의 팔에 찬 보호대를 꽉 물었다. 그 순간 든 생각은 '이거 장난 아닌데?'.

피터가 달려들자 몸을 휘청이는 기자.© News1 정윤경 기자

이 교수는 기자에게 "몸을 크게 움직이세요"라고 말했지만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피터가 얼마나 세게 물고 있는지 몸이 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팔을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보통 성인남자의 힘으로 피터를 제압하기 힘들었다.

이 교수는 "모든 개들은 사냥본능이 있어서 사람을 물 수 있다"며 "물렸을 때 사람이 움직이면 개도 흥분해 더 세게 공격하는데 동작을 멈추면 개도 무는 강도를 낮추고 공격을 멈춘다"고 말했다.

실제 이 교수의 말에 따라 놓으라고 소리치며 움직이던 행동을 멈추자 피터도 동작을 멈췄다. 무는 강도도 한결 약해졌다.

이삭애견훈련소에 있던 한 대형견의 모습. 전문가들은 교육을 통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News1 정윤경 기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 발생 건수는 2011년 245건에서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676건, 2015년 1488건, 지난해 101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들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보호자들이 개들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웅종 교수는 "최근 반려동물 숫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보호자들의 인식과 동물들에 관한 지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개들이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법을 모르거나 통제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개를 키우다보니 물림 사고 등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들이 어릴 때부터 간단한 예절교육과 사회화교육을 받으면 문제견으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사람들에 대한 교육도 필수라며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된다면 개들이 사람을 무는 극단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웅종 교수가 개 물림 사고에 대해 말하고 있다.© News1 정윤경 기자

이 교수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개를 보면 반갑다며 달려오거나 막 만지려고 하고,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려고 하는데 개는 이 모든 행동들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느낀다"며 "개를 만지고 싶을 땐 보호자에게 허락을 받고 개가 흥분을 가라앉힌 뒤에 동작을 취해야 하고, 개를 무서워 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보호자는 개를 안아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자극을 주는 행동 대신 조용히 그 자리를 피한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반려동물 교육의 이유는 첫째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고, 둘째로 가족 간의 올바른 소통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교육센터 등을 만들어 보호자들과 개들을 교육시킨다면 앞으로 생길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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