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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미안했어"…반려동물 떠나보내는 장례식장
"고맙고 미안했어"…반려동물 떠나보내는 장례식장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승인 2017.10.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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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납골당에 안치된 동물들의 유골함.© News1 이기림 기자

"러브야, 그동안 고마웠어. 다음에도 엄마한테 또 와야 돼, 알겠지?"

지난달 29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의 반려동물장례식장 펫포레스트에서 김지민씨(28·가명)는 세상을 떠난 반려견 '러브'(14)의 싸늘하게 식은 몸을 어루만졌다. 앞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염습실에서 러브의 몸을 알코올로 닦아내고, 수의를 입힐 때까지만 해도 참았던 눈물은 결국 밖으로 터져 나왔다.

추모실에 놓인 관 뒤편 모니터에는 생전 건강하고 행복했던 러브의 사진들이 슬라이드 화면으로 상영됐다. 김씨는 "너를 꼭 기억할게"라고 말하며 눈 감은 러브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이후 러브는 장례지도사의 품에 안겨 추모실 옆 화장로에 들어갔다. 지난 14년간 함께한 러브가 한 줌 재로 변하는 모든 과정을 본 김씨와 함께 온 가족들은 마지막 인사를 나눈 채 5층 대기실로 향했다. 그리고 1시간여 뒤, 러브의 유골함은 김씨의 품에 전해졌다.

강성일 펫포레스트 실장이 관을 옮기는 모습.(사진 본인 제공)© News1

이날 김씨 말고도 다른 한 가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하루 동안 진행된 장례는 총 2차례. 업체에 따르면 지난 2월에 문을 연 뒤 보통 하루에 6차례 정도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이날은 추석 연휴를 앞둔 날이라 장례 횟수도, 추모하러 온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이나 다름없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건물 전체에 가득 차있었다.

보호자의 애정 어린 마음은 동물들의 유골함이 모인 건물 3·4층의 납골당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유골함 주변에는 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평소 동물이 좋아하던 인형이나 장난감, 간식은 물론 편지나 종교 관련 물품을 놓은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 납골당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과거 보호자들은 동물 사체를 종량제봉투에 넣어 폐기물 처리하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염습, 장례식, 화장, 납골당 안치 등 사람 장례식과 똑같이 진행하는 업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용은 20만원대부터 100만원이 넘는 금액까지 다양하다. 적지 않은 액수이지만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이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납골당에 안치된 한 반려견의 유골함.© News1 이기림 기자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인 강성일 펫포레스트 실장은 "가족의 의미인 '반려'라는 말이 통용된 건 채 1년도 되지 않았다"며 "과거에는 동물을 그저 귀엽고 예쁘기만 한 '애완동물'로 생각하다보니 그나마 있던 장묘업체들도 그저 사후처리를 위해, 사체 소각을 위해 있었던 곳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그러나 언론, 방송 등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 장례식까지 진행하는 진정한 장묘업체가 많아졌다"며 "반려동물 장묘업체들도 영리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격식있고, 깨끗하고 신뢰도 있게 운영해서 동물은 물론 보호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좋은 반려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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