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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가족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사라진 이유
용산가족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사라진 이유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7.10.2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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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가족공원에 설치됐던 길고양이 급식소가 1년만인 2016년 12월에 모두 철거됐다.©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서울 용산가족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사라졌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12월 길고양이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시내 주요 공원 4곳에 총 32개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

서울시는 앞서 그해 11월 19일 동물보호단체 4곳과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동물자유연대와 카라,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나비야사랑해 등 4개 동물보호단체가 서울숲, 월드컵공원, 보라매공원, 용산가족공원을 1곳씩 맡아 길고양이 공원 급식소를 운영했다.

그동안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으로 공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길고양이 밥자리가 없어져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불편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중성화수술(TNR)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효과도 있었다.

지난 2015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 길고양이급식소에서 대한수의사회 수의료봉사단과 한국고양이수의사회 등이 '길고양이 급식소 따뜻한 겨울나기 사료 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자료사진)/뉴스1 © News1 임경호 기자

그런데 고양이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에서 맡아 온 용산가족공원은 급식소 설치 1년만인 지난해말 4개의 급식소가 모두 철거됐다.

협약이 해지되고 급식소가 철거된 공식적인 이유는 민원 증가와 동물보호단체의 관리 미흡에 따른 중성화율 미달이다.

지난해 6월 기준 각 공원별 중성화율을 보면 서울숲 88%, 보라매공원 84%, 월드컵공원 88%, 용산가족공원 57.1%였다.

서울시와 동물보호단체들이 체결한 협약 내용 안에는 기간을 2년으로 하되 상호 협의하에 기간을 연장하도록 돼 있다. 다만, 분기별 평가시 중성화율이 70% 미만으로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 위험이 높고, 시민불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자동해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협약 해지가 이런 표면상 이유 외에 실제로는 다른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비야사랑해측에 따르면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기간 공원관리소측과 잦은 마찰이 있었다. 공원에 파견 나와 있던 담당 공무원과 급식소 위치, 위생관리 문제 등으로 여러차례 다툼이 있었던 것.

현재 용산가족공원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사라진 용산가족공원 급식소 터에 나타난 길고양이들.© News1

나비야사랑해 관계자는 "길고양이들이 시설물을 훼손하거나 그런 일 도 없었는데 공원 관리자가 사료 그릇을 치워버리는 등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에 비협조적이었다"면서 "이 때문에 자원봉사자 가운데는 그곳에서 밥 주는 것을 포기하고 손을 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공원을 관리하는 기관 담당자의 의지에 따라 급식소 운영이 원할할 수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면서 블만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당시 공원 담당자는 "공원을 찾아왔다가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있어서 시 관련 부서와 나비야사랑해측에 내용을 전달했을 뿐 임의로 그릇을 치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용산가족공원에는 10여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급식소가 철거된 후에도 여전히 나비야사랑해측과 일부 주민들이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한편 서울시가 시민 853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7.5%(7466명)가 '길고양이를 중성화해서 공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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