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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반려동물④] '팻팸족' 1000만명 시대…동물 학대 후진국 수준
[리셋 반려동물④] '팻팸족' 1000만명 시대…동물 학대 후진국 수준
  •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승인 2017.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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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논란이 된 부산 구포개시장 동물학대 사건.(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 News1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은 강아지나 고양이 등 동물을 기르고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이란 신조어도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다.

하지만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서비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동물의 지위가 한층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서 반려동물은 여전히 주인의 소유물로 여겨진다. 여기에 관련 법과 제도까지 미비하다 보니 동물을 죽이거나 괴롭히는 등 학대행위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등 동물 학대 범죄는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있다. 동물 학대 혐의로 입건된 인원은 지난 2012년 138명에서 2013년 150명, 2014년 262명, 2015년 264명이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210명에 달했다.

장난삼아 학대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 잔인하게 고의로 동물을 죽이는 등 학대 수법도 다양하다.

지난 3월 제주도에서는 A씨가 자신이 기르던 개가 농작물을 해쳐놓았다는 이유로 오토바이에 매달고 끌고 다니다가 동물단체에게 고발당했다. 당시 A씨의 개는 다리가 꺾인 채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기르던 반려견을 죽이는 엽기적인 사건도 있었다. 지난 3월 인천에서는 B씨(60)가 땅 주인과 임대료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홧김에 키우던 개 5마리를 흉기로 잔인하게 죽였다. B씨 역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동물학대)로 경찰에 입건됐다.

길고양이 등 자신이 기르지 않는 동물을 해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길고양이를 항아리 안에 넣고 소변을 보고, 때리고 밟는 등 학대를 하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남성은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서울 관악구 난향동 인근에서는 목과 다리가 잘린 새끼고양이 2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 News1

이처럼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여겨 발생하는 동물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처벌 규정은 미비하다.

동물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Δ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Δ공개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거나 같은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Δ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는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을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법 조항이 있다고 처벌은 쉬운 것은 아니다.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동물에 대한 정신적 학대 등 여러 학대 행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물학대 신고를 접수한 경찰도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 동물이 다치거나 죽은 것만 확인하면 재산을 손괴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동물학대 사건은 벌금형으로 끝나는 게 대다수다.

동물학대 범죄가 증가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3월 시행을 목표로 동물보호법 위반 시 형량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고, 동물보호경찰 도입을 추진해 단속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동물학대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인식의 제고와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동물보호법 상 학대 행위가 제한적이다"며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인 경우가 아니면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애완 동물도 물건 이상의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지정해 법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동물에 대한 포괄적인 학대 행위를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포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도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애완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고 생명과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려동물을 학대한 주인에게서 소유권을 박탈하거나 반려동물 입양 시 사전 교육을 거쳐 자격을 검증받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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