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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아저씨의 동행] 한국도 독일처럼 반려견 등록세 도입이 필요합니다
[뚱아저씨의 동행] 한국도 독일처럼 반려견 등록세 도입이 필요합니다
  • (서울=뉴스1)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 승인 2017.10.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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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다는 이유로 안락사 될뻔했던 도담이.© News1

(서울=뉴스1)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 저는 개를 여덟 마리 키우는 견주입니다. 한 개인이 키우기에는 그 수가 많은 편이죠. 원래는 5년 전 유기견이었던 백구 흰돌이, 흰순이를 입양해서 두 마리만 키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다보니 다른 유기견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안락사 위기에 놓인 개들의 생명을 살리려고 하다보니 어느새 여덟 마리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집도 서울 자양동의 45평 단독 주택에서 경기도 양주의 120평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흰돌이, 흰순이라는 백구 두 마리를 입양해서 키운 것이 이렇게 집까지 이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키우는 개들의 이름은 흰돌이, 흰순이 외에도 열여섯살 노령견 시츄 순심이, 동작대교 다리밑에서 3년간이나 노숙하며 힘들게 살았던 검둥개 럭키, 공사장 근처에 버려진 후 떠돌아다니다 보호소에 가서 안락사 될뻔했던 레오, 보호소에서 공고기간을 훌쩍 넘겨 안락사가 될 뻔했던 믹스견 테리, 재개발 지역에서 주인이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후 그곳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올무에 걸리고 교통사고까지 당해 뒷다리를 절단한 백구 순돌이, 사납다는 이유로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한 채 안락사가 될 뻔했던 도담이. 이렇게 여덟 마리입니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개들.© News1

여러 마리 개를 키우는 견주의 입장에서 요즘 개가 사람을 물어 죽였다는 뉴스가 계속 들려오고, 심지어는 최근 한 연예인이 키우던 개가 옆집 사람을 물어서 감염되어 죽었다는 기사가 온통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하니 정말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물론 내 개도 다른 사람을 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이 어떻게 돌보느냐가 중요합니다. 개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사람과 교류가 있을 때도 공격성을 띠지 않게 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다.

일례로 제가 키우는 도담이라는 개는 보호소에서 공고기간이 훌쩍 지나도록 입양 문의 한 건 없었는데 그 이유가 사납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담이를 그곳에서 구해서 집에 데리고 와보니 사납기는커녕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 개인지 모릅니다.

도담이의 경우처럼 주인이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키울 수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훈련과 애정을 가지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요.

대형견을 산책시키는 뮌헨의 여성들.© News1

재작년에 독일의 뮌헨을 견학차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의 길거리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당신에게 있어서 반려동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이 친절하게 답을 해줬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반려동물은 특히 반려견은 가족, 친구, 언제나 내 곁에 함께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중 특히 기억나는 것은 장애인 딸을 둔 어머니가 산책을 할 때 늘 치와와와 비글을 함께 데리고 다니는데 그 개들이 있으므로 격의없이 다른 사람들도 친근하게 장애인인 딸에게 대화도 나누는데 도움이 된다며 "개는 장애인인 우리 딸과 세상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는 대답이었습니다.



'당신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하는 뮌헨 시민들.© News1

그런 독일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이 산책시키는 큰 개를 보고 무서워하거나 거리낌이 있거나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독일에서 개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일의 개들이 누구의 손가락질도 받지 않고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공항을 마음놓고 이용하기도 하고, 쇼핑몰도 함께 다니고, 심지어는 식당과 호텔까지도 마음놓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 사람과 개는 당연히 공존하는 존재더군요. 그렇게 할 수 있던 원인 중 하나는 반려견들이 예외없이 등록세라는 세금을 내고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대접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뮌헨에서 만난 한 시민분에게 "당신네 나라에서는 개가 식당도 가고, 호텔도 이용하는데 그런 것을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다 이해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당연하다. 그 개들은 세금을 내고 뮌헨시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장소에 가던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요즘 매스컴에서 반려견들이 위험하고 공격적인 존재, 크기와 종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물 수 있는 존재로 공포심을 조장하다보니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유기견을 입양한 견주로서 보통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유기견 산책 자원봉사자.© News1

뮌헨시민과 산책하는 다른 견주의 개.© News1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동물보호 선진국인 독일처럼 반려동물 등록세를 검토해야 할 때가 아닌가봅니다. 물론 저도 여덟 마리나 되니 많은 세금을 내야겠지만 마땅히 받아들일 겁니다. 개 여덟마리의 견주이자, 유기동물 구호단체인 팅커벨 프로젝트의 대표로서 반려동물 등록세가 꼭 실현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무책임하게 개를 키우는 견주들의 수를 줄이고, 반려견으로서 키우는 견주들이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산책을 시키고, 개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하게 인정받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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