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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번 군견은 영원한 군견'…춘천 군견교육대 가보니
[르포]'한번 군견은 영원한 군견'…춘천 군견교육대 가보니
  • (춘천=뉴스1) 이찬우 기자
  • 승인 2018.01.03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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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군견교육대에서 군견 유랑(5·셰퍼드)과 군견병인 강석훈(22) 병장이 장애물 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News1

(춘천=뉴스1) 이찬우 기자 = "유랑 뛰어!"

군견 유랑(5·셰퍼드)이 2일 강원 춘천시 군견교육대에서 군견병의 신호에 따라 장애물을 뛰어넘는 시범을 선보였다.

인간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포유류인 개(犬)는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특히 군견은 1차 세계대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해 우리나라에서는 1954년 미군에서 인수한 군견 10마리가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군견훈련소는 지난 2007년부터 육군, 해군, 해병대 등의 군견훈련소가 통합돼 공군을 제외하면 춘천 군견교육대가 유일하다.

◇ 군견팔자 상팔자?
군견교육대의 하루는 여느 군부대와 같이 아침 기상나팔로 시작한다. 오전 7시20분이 군견들의 아침식사 시간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군견교육대의 일과는 군견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군견병들은 군견의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나서야 밥을 먹을 수 있다.

게다가 군견의 주식은 교육대 밖에서 들어온 '사제음식'이다.

군견교육대는 외부에서 사료를 공수해 군견들에게 공급한다. 사료 포장에는 '군납' 표시가 있을 뿐 사회에 있는 개들이 먹는 사료와 동일하다.

또 종종 간식으로 육포가 제공되기도 한다.

군견은 사람과 달리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를 먹는다. 따라서 군견병들이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은 군견들에게 휴식 시간이다.

이 시간을 제외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 사이는 군견들의 일과 시간으로 이 시간에는 주로 군견들의 훈련이 진행된다.

군견은 비록 갇혀 있으나 병사들보다 넓은 개인 공간을 갖는다. 약 9.9㎡의 침실, 화장실을 갖춘 방에서 일과 외의 시간을 보낸다.

이 밖에도 군견병 업무에는 군견 빗질이나 목욕(겨울 제외) 등 군견 관리도 포함돼 있다. 군견은 군견병의 지극한 관리를 받으며 생활한다.

군견교육대에서 군견과 군견병이 무술년 황금 개띠 해를 맞아 장애물 훈련을 선보이고 있다. © News1

◇군견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한해 군견교육대에서 태어나는 강아지는 130여 마리. 그 가운데 작전견이 되는 비율은 30%다.

군견훈련소에서 생후 6개월이 된 예비 군견들은 군견의 자질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군견 적격심사를 받는다.

군견 적격심사에서는 시·청각 등의 감각도, 활동성을 평가하는 활력도, 사람과 개에 대한 사회성, 운동능력, 소유욕 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예비 군견 중 훈련에 사용하는 공에 대한 소유욕이 없거나 사람 또는 다른 개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 부적격으로 간주된다.

군견 적격심사에서 총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아야 군견이 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약 70%가 탈락한다.

적격심사를 통과한 개들은 양성훈련을 통해 총소리 등 폭음에 대한 대처, 명령에 대한 반응, 훈련 집중력, 임무수행에 필요한 담력 등 훈련과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을 지나면 약 20주간 작전 훈련을 받으며 생후 2년쯤 돼야 군견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군견도 병과가 있다
사람에게 성격이 있듯 견종마다 능력과 특성이 다르다.

군견으로 활용되는 품종은 셰퍼드, 말리노이즈, 라브라도 리트리버 등으로 기동력이 뛰어난 셰퍼드와 말리노이즈는 주로 추적·정찰임무를 수행하며 집중력이 뛰어난 라브라도 리트리버는 폭발물탐지 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양성훈련을 통과한 군견들은 각자 특성에 맞게 추적견, 정찰견, 폭발물 탐지견으로 나뉘어 작전훈련을 진행한다.

정찰훈련은 임의의 장소에 숨은 사람을 찾는 훈련이다. 개의 뛰어난 후각을 활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를 찾는다.

추적 훈련은 지면에 남은 발자국 등 체취를 추적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추적·정찰 훈련의 경우 하루 평균 4㎞의 거리를 이동한다.

폭발물 탐지 훈련은 컴포지션4(C4), 다이너마이트, 티엔티(TNT) 등 테러에 주로 사용되는 폭발물의 냄새를 기억하는 훈련과 숨겨진 폭발물을 찾는 훈련으로 진행된다.

특히 탐지 훈련은 한 장소에서 진행할 경우 군견이 폭발물을 숨긴 곳을 기억할 수 있어 차량, 생활관, 실내 훈련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순환식으로 탐지훈련을 진행한다.

또 최근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인근 축구장 및 야구장에서 폭발물 탐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군견들은 핸들러로 불리는 군견병들과 1:1로 파트너가 돼 훈련을 진행한다.

군견과 군견병의 관계는 독특하다. 개와 사람의 유대를 비롯해 군인과 같은 위계질서가 있다.

이날 장애물 훈련을 보여준 유랑은 담당 군견병인 강석훈 병장(22)의 명령에 따라 장애물 뛰어넘기, 경사오르기 등을 선보였다.

특히 유랑은 훈련과정에서 공에 대해 집착이라고 할 만한 집중력을 보였는데 한번 공을 물 경우 쉽게 놓지 않았다.

그러나 강 병장의 수신호에 앉은 자세를 갖춘 유랑은 코앞에 공을 두고도 꼼짝하지 않았다.

유랑이 군견병의 명령에 부동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 News1

◇훈련소를 나와도 끝은 아니다
훈련을 마친 군견은 군번과 같은 견번을 받고 군견으로서 생활을 시작한다.

한때 군견도 부사관 계급이 있다는 설이 있었으나 공적을 세워 훈장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군견에게 계급은 없다.

군견의 부대배치는 주로 전방 보병부대의 수색중대나 수색대대, 탄약부대 예하 폭발물 처리반 등이다.

이 외에도 정찰견은 작전상황이 생길 경우 파견형식으로 부대에 배치됐다가 다시 훈련소로 돌아온다.

현재 활동 중인 군견은 훈련소를 포함해 총 500여마리로 육군, 해군, 해병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부대에 배치된 군견들은 매년 교육대로 돌아와 8주간 보수교육을 다시 받는다.

군견교육대는 부대에 배치된 군견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군견 점검 및 군견 훈련방법 등을 교육하며 군견을 운용하는 부대는 군견훈련소에 특이사항을 보고하거나 군견활동 가능시간·기온 등을 문의하곤 한다.

부대에서 임무수행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임무수행이 불가한 경우 군견은 은퇴해 군견훈련소로 다시 돌아온다.

군견교육대 훈련 모습 © News1

◇군견의 마지막 이름 관리견
군견은 심사 및 훈련과정에서 탈락하거나 회복 불가의 부상을 입거나 노령으로 임무수행이 불가하게된 경우 은퇴해 '관리견'이 된다.

군견교육대는 2013년 동물보호법 개정 전까지 은퇴견을 안락사시키거나 의료 실습용으로 제공했지만 법 개정 후 안락사가 금지되면서 관리견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게 됐다.

관리견은 군견과 다르게 훈련만 받지 않을 뿐 개별공간에서 사료, 목욕, 산책 등의 관리를 받는다.

관리견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1년에 30여만원으로 현재 군견 훈련소에 60여 마리의 관리견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해 유지비용만 1800여만원이 든다.

이에 육군은 2015년부터 민간을 대상으로 은퇴견 무료 분양을 실시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분양된 군견은 130여 마리로 대부분은 군인가족이 분양받았다. 종종 교육대 전역자가 분양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민간에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군견 훈련소 취재를 도운 서호준 병장(23)은 94년 개띠로 관리견을 담당하는 관리분대 소속이다.

서 병장은 "관리하고 있는 군견 하나하나가 친구, 자식 같다"며 "가끔 훈련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군견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견들이 생의 마지막에는 따듯한 곳에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 대상 군견 무료 분양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진행된다. 분양 및 자세한 문의는 군견교육대(033-264-6068)로 하면 된다.

강원 춘천시 군견교육대에서 군견병과 군견이 교감을 나누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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