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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동물학대, 그냥 넘길 일 아니다
[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동물학대, 그냥 넘길 일 아니다
  • (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승인 2018.0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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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버동수) 소속 명보영 수의사를 비롯한 회원들이 '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 코너를 연재한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 코너에서는 유기동물보호소를 비롯한 각종 현장에서 수의사로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동물학대.(자료사진)©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동물학대 사건이 연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만 제기될뿐 관련 정책이나 법적인 처벌은 변화가 많지 않다. 동물학대 보도를 본 사람들은 화가 나도 상황의 변화가 없으니 상실감만 커진다. 그리고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학대 상황에 점점 무뎌지기도 한다.

아직 우리사회에서 동물은 법적으로 생명보다는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다. 또 동물보호법 위반보다 재산 손실에 대한 처벌이 더 무겁다. '사람복지도 아직 안돼 있는데,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동물들까지 신경써야 하나'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하지만 동물권과 관련된 인식은 결국 사람과 연관돼 있다. 때문에 '동물은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약자를 괴롭히는 상황은 분명 불합리하다. 노예제도, 여성차별, 아동학대 등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듯이 동물과 관련된 인식도 좋아지길 기대한다.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크게 와 닿을 수 있는 내용은 '동물학대는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쇄살인범이 사람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개 사육장을 운영하며 개를 잔혹하게 도살하는 등 동물학대 성향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범죄심리학자는 어렸을 때 동물학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공격성의 표출을 처음에 사람에게는 하지 못하고 동물에게 실행했다가 결국 사람에게도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학대와 사람에 대한 범죄의 연관성은 해외 자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연쇄 및 연쇄성 살인범죄 연구-FBI 연쇄살인범 387명 분석파일'을 보면 살인범이 인간에게 가학적 행위를 하기 전에 힘없는 작은 동물들을 상대로 연습을 하면서 동물학대 방법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찰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살인범의 100%는 동물학대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 연구결과'를 보면 동물학대자의 70%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40%는 사람에 대한 폭력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같이 동물학대는 사람에 대한 범죄와 큰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관련 자료가 많지 않지만 실제 연관된 상황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는 개식용 산업이 성행하는 나라다. 부산 개도살장 사건에서 보듯이 망치로 타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목줄을 이용해 질식사하도록 만드는 행위 등은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를 현장에서 적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 중 하나가 다른 개식용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지만 개식용 문제로 인해 번번이 장벽에 부딪힌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개의 지위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반려동물로서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개이며 다른 하나는 축산법에 따라 농민의 수익 창출을 위한 개이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천만명을 넘어섰다지만 아직 우리사회의 인식,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책, 행정 모두가 축산 기반에 있는 상황이라 빠른 시일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축산법에 있는 '개' 단어가 삭제된다면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빨리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

명보영 수의사(광주 주주동물병원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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