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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먹이고 목 자르고" 계속되는 엽기적 고양이 학대…주민 불안↑
"독극물 먹이고 목 자르고" 계속되는 엽기적 고양이 학대…주민 불안↑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5.09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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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몸에 나뭇가지가 박힌 채 죽은 고양이가 발견돼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길고양이에게 독극물을 먹이는 것은 물론 사체까지 잔인하게 훼손,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엽기적인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물학대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사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길고양이 학대

9일 경찰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나뭇가지가 몸에 박힌 채 죽은 길고양이가 발견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체로 발견된 고양이는 어렸을 때부터 캣맘이 밥을 주던 길고양이로, 3주 전부터 누군가 고양이 목에 묶어 놓은 노끈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이에 다른 캣맘들의 도움을 받아 28일 포획을 시도하기로 했지만 결국 고양이는 사체로 발견됐다.

제보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체로 발견된 고양이는 목의 노끈이 풀려 있었고 옆에는 뜰채가 놓여 있었다"며 "원래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는데, 사람들이 다 보이는 곳에서 죽어 있는 등 이상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부터 밥 주던 고양이들이 계속 사라졌고 그 중엔 부검 결과 독극물이 검출된 고양이도 있었다"며 "지자체와 경찰에 신고를 해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충남 논산에서도 지난달 24일 목이 잘린 새끼 길고양이 3마리의 사체가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됐다. 고양이들은 어미 고양이가 수유 중이던 새끼들로, 그동안 고양이들을 돌봐온 캣맘은 일부 주민과 밥 주는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는 부산 사상구 모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배가 갈라질 정도로 배에 끈이 묶인 고양이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잇따라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서울 양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난 2월 눈·코·입에 피가 묻은 고양이 4마리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이곳은 지난해 5월부터 독이 든 음식이 발견되는 등 34마리로 추정되던 고양이들이 현재는 7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대치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목에 노끈이 묶인 채 발견된 고양이는 3주 후 몸에 나무가지가 박혀 사체로 발견됐다. (사진 제보자 제공) © 뉴스1

◇ 동물학대…사람에 대한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더 큰 문제는 잔인한 동물학대를 계속해서 일삼는 사람은 사람에 대해서도 강력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연쇄 살인마 유영철과 강호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안산 토막살인 용의자 조성호, 인천 초등생 살인범 김양 등은 모두 범죄를 저지르기 전 '동물학대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호순은 "개를 많이 잡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됐고, 살인 욕구를 자제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물학대와 인간에 대한 범죄 연관성을 증명한 연구 결과들도 많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학 논문에 따르면 살인범의 45%, 가정 폭력범의 36%, 아동 성추행범의 30%가 동물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 학대했던 70% 정도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질렀고, 그중 40%는 사람에 대해서도 폭력 범죄를 저지질렀다.

클리프턴 P. 플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업스테이트 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저서 '동물학대의 사회학'에 따르면 본(Vaughn)과 동료 연구자들이 '성인의 동물학대 행위'를 연구한 결과 '살아오면서 동물학대를 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1개 종류의 반사회적 행동을 유의미하게 더 많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학대와 반사회적 행동 사이에 가장 깊은 연관성이 드러난 항목은 강도, 도둑질, 방화, 괴롭힘, 위협이었다.

서구 사회는 1990년 이후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동물학대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으며,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2016년부터 동물학대를 '반사회범죄'로 분류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 대만에서도 동물학대자의 이름과 사진, 저지른 범죄에 대해 공개하며, 때리고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환경에 방치하는 것도 학대로 보고 있다.

◇동물보호법 강화됐지만 학대범 잡기 힘들어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학대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길고양이 혐오 범죄는 줄어들기는커녕 보란듯 더 잔혹하고 엽기적으로 변했다. 길고양이 사건의 경우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관련 기관과 수사당국의 인력 부족과 동물보호(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수사가 뒤로 밀려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한 동물학대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수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길고양이들은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특히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 때문에 더 학대의 대상이 되곤 한다"며 "하지만 이는 명백한 동물보호법상 위반이며 막아야 하는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지만, 동물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생명 존중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람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자체와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동물학대가 향후 사람 대상 범행으로 이어지는데 상당히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들은 많다"며 "특히 상습적으로 동물학대를 하는 사람들은 사람에 대해서도 연쇄적 또는 연속적으로도 범행할 수 있는 성향을 갖고 있어 매우 위험성이 높은 범죄"라고 지적했다.

동물학대 범죄의 경우 다른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처벌의 엄중성을 넘어 예방적 차원의 '치료적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 교수는 "동물 학대를 함으로써 스릴을 느끼는 것은 일종의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발생 후가 아닌 그 이전부터 상습적 동물학대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신상정보를 등록, 관리해 법적인 사전 개입이 이뤄진다면 중대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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