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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법유턴을? 사고 나면 어쩌려고…" 해변에 다시 나타난 꽃마차
"갑자기 불법유턴을? 사고 나면 어쩌려고…" 해변에 다시 나타난 꽃마차
  • (속초=뉴스1) 홍성우 기자,박하림 기자,고재교 기자
  • 승인 2019.08.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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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차도 '차' 단속 규정 없다"…법적 제재 불가능
마차의 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 서명 운동
지난 1일 강원 속초해수욕장 입구 2차선 도로에서 손님을 태운 마차가 불법 유턴을 하고있는 모습.2019.8.1/뉴스1 © News1 홍성우 기자

(속초=뉴스1) 홍성우 기자,박하림 기자,고재교 기자 = “아니,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차들이 오가는 와중에 갑자기 불법 유턴을 한단 말이야?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래.”

지난 1일 저녁. 강원 속초해수욕장에서 길을 걷던 한 피서객이 손님을 태운 마차가 갑자기 불법 유턴을 하자 ‘위험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속초해수욕장 입구로 이어진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입구 반대 방향으로 달리던 마차가 갑자기 불법 유턴을 하자 마주오던 차량과 사고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호를 받고 속초해수욕장 입구로 향하던 차량들은 급제동한 차량 뒤로 줄줄이 멈춰 섰다. 마차 뒤를 따르던 차량은 이미 제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자동차 경적 소리에 놀란 말이 앞발을 높게 치켜 올리며 흥분한 모습을 보이자 말을 끌던 업주는 ‘워~워~ 하지마’라고 큰소리로 다그쳤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속초해수욕장 입구 주변은 차량들과 사람들까지 한 데 뒤섞인 상태에서 말이 이성을 잃고 날뛰기라도 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도 높은 상황이었다.

몇 년 전 동물학대 논란으로 사라진 마차가 어느새 다시 나타나 피서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교통흐름까지 방해하고 있었다.

속초해수욕장에는 마차 2대가 운행 중인데, 손님이 없을 때에는 피서객들의 통행이 가장 많은 해변 입구에 정차해 손님을 기다린다.

입구 주변은 도로가 좁은 탓에 차량들이 중앙선을 넘어 마차를 피해 다녔고, 마주오던 차량이 있을 땐 아슬아슬 곡예 운전을 하기 일쑤였다.

지난 1일 속초해수욕장에서 마차가 교통 흐름을 방해하자 경찰이 주의를 주고 있다. © News1 홍성우 기자

사고 발생 우려에 대한 시민들의 지적에 경찰은 “단속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단속에 소극적이었다.

마차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돼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통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교통 흐름을 완전히 방해하거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법적 제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속초시청 관계자는 “교통흐름, 동물학대, 악취 등으로 민원이 접수되지만 계도 차원에서 끝낸다”고 말했다.

추억을 만들기 위해 마차에 오르는 피서객들도 계속 이어졌지만 화려한 조명 뒤에서 고통 받는 말을 바라보는 피서객들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말을 향해 ‘불쌍하다’ ‘힘든가봐’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법적 제재 없이는 마차의 운행을 막을 방법이 없자 법 개정을 시도하려는 동물단체도 있다.

동물권단체 하이(HAI)는 마차의 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 서명운동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이 관계자는 “장시간 노동으로 지쳐있는 말이 차량 경적소리, 긴급차량의 사이렌소리, 차량의 라이트 등에 자극을 받으면 쓰러지거나 폭주할 수 있는 등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속초해수욕장에서 마차가 차량과 피서객들이 한 데 뒤섞여 운행을하고 있다. © News1 홍성우 기자


지난 1일 속초해수욕장 입구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마차. 주위로 차량들이 마차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가고 있다. © News1 홍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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