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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장은 과도기…수의사도 소통하고 변해야 살아남아"
"반려동물 시장은 과도기…수의사도 소통하고 변해야 살아남아"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19.11.1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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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 동물병원 전용몰 만든 윤병국 수의사
사랑의 스카프-블루엔젤봉사단 등에서 봉사도 열심
윤병국 수의사가 지난 13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원장님, 그동안 막내 잘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지난주에 가족들 품에서 편안하게 잘 보내줬습니다. 원장님 덕분에 막내가 아프지 않고 가족들 사랑 많이 받으면서 좋은 추억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던 한 보호자가 수의사에게 보낸 감사편지다. 얼핏 보면 소아과 의사에게 보낸 편지 같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던 셈이다.

윤병국 청담우리동물병원장이 진료를 보는 책상 뒤에는 이 같은 내용의 감사편지들이 꽤 많았다. 윤 원장은 "많은 수의사들이 동물을 사랑하고 잘 돌봐주려고 한다. 제가 조금 더 신경 쓴 부분은 보호자들과 소통"이라며 "동물들은 아파도 표현을 하지 못하니 보호자들은 답답해한다. 수의사들의 설명이 부족하면 오해가 생기기도 해서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동물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동시에 수의사와 보호자간 의료분쟁도 늘어나는 상황. 많은 보호자들은 수의사보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얻은 잘못된 정보를 신뢰하기도 한다.

윤 원장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바꾸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온라인 동물병원 전용몰인 '청담우리몰'이다. 수의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의사 스스로 변해야 하고 보호자들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게 윤 원장의 지론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슬개골 탈구 진료와 수술로 유명한 윤병국 원장을 만났다.

◇ 유기견 입양해 키우며 수의료 봉사로 소통

지난 13일 윤 원장의 진료실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반긴 강아지는 그가 14년 이상 키웠다는 우리였다.

"우리는 유기견이었어요. 한 살쯤인가 데리고 와서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네요. 제 임상 경력은 20년 다 돼 가고 이 자리에서 개원한 것이 15년 안 되니까 14살입니다. 우리는 요즘 신장이 안 좋아서 처방식 사료를 먹이고 있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건강한 편이죠."(웃음)

윤 원장과 같이 유기견을 키우는 수의사들이 꽤 있다. 동물병원 앞에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많고 수의사니까 치료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떠넘기는 사람 등등. 윤 원장은 틈나는 대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봉사를 한다.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 활동을 하며 유기견들에게 예방접종을 해 주고 있다.

수의사라고 수의료 봉사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의 스카프' 모임을 만들어 추운 겨울 소외계층을 위한 연탄 나눔 봉사도 한다. 강아지, 고양이와 교감하고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윤 원장에겐 소통의 대상이다.

병원에서의 소통은 당연하다. 동물병원 특성상 수의사는 동물들이 나이가 들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것까지 보는 경우가 많다. 윤 원장은 "한 동물의 일생을 지켜보는 직업이라 보호자와 관계도 굉장히 친밀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더 많이 대화하려고 하고 직원들도 친절하게 대하니 보호자들이 믿고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병국 수의사가 유기동물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청담우리몰' 개설로 온라인 상담하며 소통

이런 윤 원장이 최근 온라인 동물병원 전용몰인 '청담우리몰'을 개설했다.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적극 소통하기 위해서다. 온라인에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잘못된 정보가 많다. 또 처방식 사료, 영양제 등도 종류가 많아서 수의사들도 모든 제품의 특성을 알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제품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청담우리몰을 개설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윤 원장은 "사실 저만 해도 생필품들을 사기 위해 휴대전화로 주문하고 결제한다. 또 온라인으로 정보도 얻는다"며 "보조제들의 종류가 많아서 저는 물론 병원 직원들 역시 제품 정보를 다 소화하지 못해 한 곳에 모아놓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은 이제 시대의 흐름이므로 수의사들도 이에 맞춰야 보호자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며 "청담우리몰 개설을 위해 6개월 전부터 온라인사업부를 구성하며 준비했다.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정상적인 유통 제품을 보호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퍼져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 처방식 사료다. 처방식 사료는 일반식과 달리 건강이 좋지 않은 동물들이 먹는 사료다. 이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없는 동물들이 잘못 먹으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수의사의 진료를 받고 먹여야 안전하다.

윤 원장은 "처방식 사료가 온라인에 풀리면서 수의사 진료 없이 먹이기도 해 동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예를 들어 결석 생성을 억제해 주는 사료는 소변 상태를 보고 상황에 맞춰서 먹여야 하는데 그냥 사다 먹였다가는 오히려 중증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청담우리몰 개설 이후 수의사의 상담을 받고 처방식 사료를 구매하게 했더니 일부 보호자들은 추가 문의를 하기도 했다고. 윤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수술했던 강아지의 보호자가 지방에 살아서 매번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온라인을 통해 처방식 사료 상담을 해줬다"며 "추가 진단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해당 지역의 다른 동물병원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해 보호자들이 동물 건강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 사례"라고 말했다.

청담우리몰(chungdamahm) 홈페이지 © 뉴스1

◇ "처방사료용품의 무분별한 온라인 시장 제자리로"

하지만 청담우리몰 개설이 알려지면서 수의계 일각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처방식 사료 등의 온라인 판매량이 늘어나면 터무니없는 가격 경쟁으로 반려동물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온라인 판매업체는 제품생산업체에 원가 이하 납품을 요구한다. 업체는 공장 가동을 위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납품을 하는 상황. 온라인에서 1+1 등으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면 동물병원 같은 다른 판매업체들도 저가로 팔아야 하고 결국 소상공인의 폐업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윤 원장은 "많은 수의사들이 온라인몰을 걱정하는 이유는 제품의 터무니없는 가격 하락 때문"이라며 "하지만 저부터 온라인에서 물건을 많이 구매하는 마당에 온라인 유통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대신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해 주고 보호자가 수의사를 신뢰하고 감동받을 수 있도록 무형의 서비스 제공으로 차별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수의사는 직업이다. 언제부턴가 동물보호와 '말 못하는 동물을 팔아 돈 벌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가격 정상화를 언급하면 자칫 '돈 밝히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업계에서는 적잖은 속앓이를 한다. 동물단체라면 모금을 하거나 후원을 받을 수 있지만 동물병원 수의사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동물을 치료하고 수익이 생겨야 또 다른 경제활동을 하고 유기동물도 도울 수 있다.

그는 "국내 동물병원 중 상당수는 증가하는 임대료,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한다"며 "진료만으로 병원 수익을 극대화하기는 힘들지만 좁은 공간 여건상 제품을 다 가져다 놓을 수도 없으니 결국은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도 처방식 사료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온라인으로 판매하지 못하게 막을 명분은 없다.

윤 원장은 "시대가 변했고 보호자의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제품의 종류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의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에 편리함, 수의사만이 가질 수 있는 소통 능력을 추가한다면 분명히 좋은 방향으로 또 장기적으로 동물병원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청담우리동물병원 내 처방식 사료들. 윤병국 원장은 협소한 공간 사정상 사료를 다 진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보호자-수의사 윈윈해야…진심은 통할 것"

매일매일 진료와 수술을 하며 많은 보호자들과 부대끼는 것은 물론, 공부하고 학회 활동을 하며 연구하는 평범한 임상수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윤병국 원장.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온라인사업부를 구성하고 시작했지만 이것이 현재 임상수의사로서의 방향을 바꾸거나 앞으로 자신의 병원에 대한 로드맵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윤 원장은 "이번에 개설한 청담우리몰은 단순히 보면 병원 내부 리모델링이나 마찬가지"라며 "오프라인의 구조적 문제에 개선점을 추가해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조금 넣은 것뿐이다. 무형의 인테리어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최소한 합리적인 가격에 보호자와 수의사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청담우리몰에서 처방사료를 구매한지 3개월 정도가 지났으면 자동으로 보호자들에게 '가까운 지역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때가 됐다' 등의 소통 문자를 제공하고 플랫폼서비스를 이용해 보호자와 가까운 병원을 추천하는 등의 서비스 개발이다.

"궁극적으로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를 위해서죠.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현재 과도기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책임감을 갖고 보호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또 수의사의 진단 없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처방사료용품도 시장에서 제자리를 잡으려면 수의사가 직접 상담하고 사료를 처방해야한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줘야 해요. 조금씩 하다보면 소비자도 동료 수의사도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어요. 동물들도 가족들과 함께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고요. 이제 시작이니 지켜봐주면 좋겠네요."

윤병국 청담우리동물병원장이 슬개골 조형물을 보며 강아지를 진료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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