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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분 넣어 만든 사료 "이건 오해입니다"…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육분 넣어 만든 사료 "이건 오해입니다"…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19.12.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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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관리법상 '육분'보다 '육류분말' 등 개정 필요
업체 스스로도 철저한 위생관리 인증 등 노력해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육분은 고기와 뼈를 함께 갈아서 만든 분말이잖아요."
"육분은 병들어 죽은 동물 사체로 만든 것 아닌가요?"

최근 제주도 유기견 사체 사료 사태 이후 온라인상에는 이 같은 오해가 팽배해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육분(肉粉) 자체를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 반려동물 사료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육(생고기)만 좋고 내장 섞인 육분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또 모든 육분이 다 뼈를 갈아 만든 분말이 아니며, 따지고 보면 생육도 사료로 제조할 때는 건조해서 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육분에 속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시중에 간 등 내장과 뼈로 만든 수제간식 등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육분에 들어가는 내장과 뼈가 안 좋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 사료관리법상 육분-육골분-가금부산물건조분 등 특성 달라

30일 업계에 따르면 사료 포장지에 '육분'이라고 표기돼 있는 제품에는 뼈가 들어가지 않는다. 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닭, 오리 등 동물의 단백질로 사료를 만든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육분의 정의를 혼동해 오해가 더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사료관리법상 단미사료의 품목별 기준은 육분(meat meal), 육골분(meat and bone meal), 우모분(feather meal), 가금부산물건조분(poultry by-product meal)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를 모두 '육분'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사료에 표기된 육분의 경우 도축장이나 육가공 공장에서 부산물로 분류되는 간 등 내장을 고온에 쪄서 수분과 기름을 분리해 건조한 가루형태로 분쇄한 것을 말한다. 조단백질(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단백질)이 60~70% 정도로 높은 수준이며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많다.

육골분은 도축장이나 육가공 공장에서 제품 가공 후 생성되는 뼈와 뼈에 붙은 육편 등을 고온에 쪄서 수분과 기름을 분리해 건조한 후 가루형태로 분쇄한 것이다. 조단백질은 49~53%로 육분에 비해 조단백질과 아미노산 함량이 낮지만 칼슘과 인의 함량이 높다. 고기 및 뼈의 포함 정도에 따라 영양소가 크게 달라진다.

가금부산물건조분은 가금류 등의 머리, 발, 내장 등 부산물의 기름기를 제거한 후 건조 및 분쇄한 것으로 계육분을 포함한다. 조단백질은 약 63~67% 정도로 양질의 단백질 사료로 사용된다. 이같이 품목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육분은 다 뼈가 들어간다'는 주장은 틀린 셈이다.

국내에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건강한 개체만을 반려동물 사료 원료로 사용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수입 사료의 경우도 병원체에 오염됐거나 부패 또는 변질된 가금류 등은 사료의 제조, 판매,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또한 유럽연합 등이 제시하는 기준이 준용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도축된 가금류 등만 원료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공포마케팅 조성 안 돼…소비자 선택 존중하고 업계 자정 필요"

전문가들은 조단백질 함량이 가장 낮은 원료로 생육을 꼽는다. 생육은 70~80% 정도가 수분이라 단백질은 20~3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생육을 더 많이 사용하면서 결국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거나 생육은 소량만 넣고 과대 마케팅을 하는 사례도 등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일부 업체가 육분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하는 이른바 '공포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육을 원료로 하든, 내장이나 뼈를 원료로 하든 장단점을 알려주고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무조건 '육분은 나쁘다'는 논리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들이 사냥을 하면 내장부터 먹는 이유가 단백질 등 영양소가 가장 많기 때문인데 내장을 안 좋은 부산물이라고 하면서 자사 제품만 좋다고 홍보하기도 한다"며 "동물은 당연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먹을 수 없는데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체'라는 단어까지 사용해 육분 공포증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사료관리법상 표기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육분 대신 육류분말, 닭고기분말 등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펫사료협회 관계자는 "'비위생적인 동물의 뼈, 깃털 등을 갈아 만든 육분' 같은 표현으로 육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루머는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조장할 뿐"이라며 "육분이 영양학적 가치가 있는 원료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료관리법상 표기로 인해 소비자들이 혼동하고 있으니 용어를 바꾸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업체의 비위생적인 제조 환경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만큼 결국 업계가 자정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정설령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 대표는 "내장을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불순물 등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사용하는 등 비위생적으로 제조하는 업체들도 상당수"라며 "사료업체가 육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향상시키려면 사용하는 원료가 위생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직접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등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SBS 동물농장에서는 들개가 닭의 내장만 먹고 사라진 장면을 방송했다. 사진 SBS 동물농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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