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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 박쥐 '먹방' 보도 전형적인 인종차별"
"중국 여성 박쥐 '먹방' 보도 전형적인 인종차별"
  •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승인 2020.01.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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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먹은 장소 중국 아니야
'우한 박쥐 먹는 장면'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동영상 <유튜브 화면 캡처>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중국인 여성이 박쥐 요리를 먹는 영상이 인종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에 중국이 아닌 곳에서 찍은 여행 블로거의 영상임에도 '중국인들은 더럽다'는 낡은 관념을 다시 불러와 일부 나라에서 중국인과 현지인과의 마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FP)의 제임스 팔머 중국 전문 에디터는 논평을 통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이 퍼지는 가운데 일부 극단주의 블로거들과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 러시아의 국제 영어 매체 RT 등이 젊은 중국 여성이 박쥐를 먹는 동영상을 퍼뜨렸다고 지적했다.

이들 영상에는 중국인들에 대해 '더럽다' '개념없다'는 댓글이 '극혐' 등의 단어와 함께 수없이 달렸다.

하지만 팔머 에디터는 우한 거주민들은 박쥐를 먹지 않고, 또 이 영상이 중국에서 찍힌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영상은 직접 경험한 해외여행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인기 중국 블로거 왕멍윈이 2016년 6월 찍어서 올린 것으로, 우한이 아닌 태평양 섬나라인 팔라우의 한 식당이 배경이다.

팔머 에디터는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인들이 곤충, 뱀, 쥐를 먹는 모습은 소셜 미디어나 흥미 위주 뉴스에서 자주 유통되어 새로운 것이 아닌데 이번에 그것은 오래된 인종 차별주의 사상과 섞였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인들의 야생동물을 먹는 음식 문화가 매우 극소수의 마초 성향 식도락가에게 국한된 것이며 우리가 먹는것과 먹지 않는 것으로 구분한 것은 문화적으로 매우 임의적이라고 했다.

또한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이를 다루는 위생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다면서 중국의 식품 안전 기준이 정부 주도의 수많은 개선책에도 불구하고 악명 높을 정도로 나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에서 야생동물의 거래가 식도락보다는 주술적인 이유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즉 무엇을 먹으면 낫는다는 돌팔이 치료법에 따라 호랑이의 앞발이나 천산갑의 비늘이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머 에디터는 근거없는 '박쥐 먹방'이 병에 대한 공포와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인들의 전염병 전파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미 중국인들과 마찰이 존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그런(반중) 정서가 더 심술궂게 변할 수도 있으며 서구에서도 편견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중국인들의 식도락에 대한 비난이나 인종 차별보다 공포의 순간 속에서 병과 싸우는 중국 대중들을 지지하는 것이 더 큰 좋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린 자녀의 마스크를 고쳐주는 중국 우한의 어머니 <자료 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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