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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철창 안 고양이 260마리 소식에 도움의 손길 이어져
주택 철창 안 고양이 260마리 소식에 도움의 손길 이어져
  •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승인 2020.02.27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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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 "버려진 고양이 병원 치료비 보태겠다"
동물보호단체·반려동물 장례업체도 나서서 '선행'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한 동물메디컬센터에서 지난 13일 구조된 새끼 고양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2020.2.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부산 수영구의 한 주택 철창 안에서 고양이 260여 마리가 발견된 지 2주가 흘렀다.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발견된 고양이 중 10마리는 구조돼 치료를 받았으나 2마리는 끝내 숨졌다.

남은 250여 마리의 고양이들은 여전히 철창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동네 주민들과 동물보호단체, 반려동물 장례업체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26일 오후 찾아간 이 주택 인근에서는 품종묘 여럿이 발견됐다. 터키시 앙고라부터 블랙러시안 등 종류도 다양했다. 주민들은 고양이 불법사육 장소로 의심받고 있는 이 주택에서 버려진 고양이라고 입을 모았다.

캣맘이자 동네 주민 A씨는 이 동네를 떠도는 고양이들에게 수년째 사료를 주고 있다. 이날도 A씨가 주고간 사료를 터키시 앙고라 한 마리가 허겁지겁 먹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인근 아파트 화단에는 A씨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놓은 임시 고양이 집도 발견됐다. A씨는 "이 주변에 삐쩍 말라서 돌아다니는 품종묘가 두 마리 있는데 당장 추위라도 피했으면 하는 마음에 임시방편으로 만든 집"이라고 설명했다.

26일 부산 수영구 한 주택 인근에서 터키시 앙고라 한 마리가 한 주민이 놔두고 간 사료를 허겁지겁 먹고 있다.2020.02.27/© 뉴스1 박세진 기자

A씨는 "비싼 고양이들이 밖에 돌아다닐 리 없고, 멀리 있는 고양이들은 여기까지 올 수 없다"며 "사료만 8년을 주고 있는데, 이 주택에서 버려지는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주민 B씨는 최근 눈을 심하게 다친 노르웨이 숲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인터넷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B씨는 "고양이 한쪽 눈동자가 파란 구슬처럼 보였다"며 "치료를 해야 할 거 같아서 고양이 카페에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A씨와 B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최근 이 주택에서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들이 구조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작은 성의를 모으기로 했다.

B씨는 "큰돈은 아니지만 저부터 단돈 10만원이라도 병원비에 보태고 싶다"며 "구청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병든 고양이들을 구조하면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 한 주택가 인근에서 한쪽 눈이 크게 다친 고양이가 발견됐다.© 뉴스1 여주연 기자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수영구청이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 구조한 고양이 10마리는 동물보호단체 라이프(LIFE)에서 소유권을 받아와 치료를 받고 있다.

라이프 측은 수영구청이 규정상 이 고양이들을 유기동물로 분류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소유권을 이전 받아왔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LIFE) 대표는 "유기동물로 분류되고 10일 동안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소유권을 받아왔다"며 "자비로 치료를 받게 한 뒤, 입양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구조된 고양이 10마리 중 2마리는 치료도 받기 전에 숨졌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김해 반려동물 장례업체 '아이헤븐' 측은 고양이 장례를 무상으로 치러주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아이헤븐 관계자는 "새끼 고양이들이 제대로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철창에서 살다가 마지막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이라도 따뜻하게 갔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1000마리 넘게 장례를 치러왔지만, 이렇게 마른 고양이는 처음봐서 마음이 안 좋았다"며 "보통 한달 정도 미음이나 물만 먹고 오는 애들도 있는데, 그보다도 상태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부산 수영구 한 2층짜리 주택에서 고양이 260여 마리가 쌓아 올린 작은 철창에서 사육되고 있는 현장. 이날 발견된 고양이 절반 이상이 새끼 고양이여서 불법 생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동물보호단체 라이프(LIFE) 제공)© 뉴스1

한편 지난 13일 부산 남부경찰서 압수수색 결과 수영구 한 2층 주택에서 철창에 갇힌 고양이 260여 마리가 발견됐다. 경찰은 집주인 60대 C씨 등 2명을 반려동물 학대와 불법생산업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들은 최근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았으며, 판매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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