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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동행]유기동물 지상낙원 군산 보호소 "그만 좀 버렸으면"
[최기자의 동행]유기동물 지상낙원 군산 보호소 "그만 좀 버렸으면"
  • (군산=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6.03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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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키워서' '안락사 당할까봐' 버리는 이유도 다양
올해 부득이하게 15마리 안락사
[편집자주]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 전국 각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려동물 관련 행사가 열립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중단됐던 행사들도 속속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가보고 싶은 행사인데 거리가 너무 멀거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행사들을 '최기자'가 대신 가서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동물 구조 현장이나 야생동물 등 '생명'과 관련된 현장은 어디라도 가겠습니다.

이정호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센터 소장이 5월 31일 개를 쓰다듬고 있다. 이 개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안락사 대상에 올랐지만 이 소장이 계속 돌봐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군산=뉴스1) 최서윤 기자 = "안락사 안 하는 유기동물보호소요? 아뇨. 이제는 안락사한다고 알려주세요."

이정호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센터 소장의 말이다. 이곳이 '안락사 하지 않는 보호소로 소문났다'고 하자 이 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올해 유기견 15마리를 안락사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락사 하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찾아와 개들을 버린 결과였다. 씁쓸했다.



◇ 애견호텔에서 하루아침에 보호소 된 '군산도그랜드'

지난달 31일 방문한 전북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센터 '도그랜드'. 처음 입구에 들어섰을 때 '반려견놀이터'라는 표지판을 보고 '잘못 찾아왔나' 싶어 돌아가려 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원래 보호소가 아니라 애견카페와 운동장 등으로 활용되던 곳이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카페와 운동장은 하고 있지만 보호소를 운영하면서부터 호텔은 접었다.

이날은 때마침 유기(유실)동물 입양 캠페인 행사와 바자회를 한 날이었다. 이곳에서 유기견을 입양한 사람들이 이제는 반려견이 된 강아지들과 함께 다시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세나개)에 출연 중인 설채현 수의사가 동물 건강 상담을 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설채현 수의사가 5월 31일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반려동물 건강 상담을 하고 있다. 설 수의사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 중이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행사장에서 보는 사람들마다 친절하게 인사하고 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개들을 보고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사람, 이 소장이었다. 집에서 들고 온 사료를 건네며 그와 첫 인사를 했다. 이 소장은 "강아지들이 좋아하겠다"며 보호소 곳곳을 소개해줬다.

대체 얼마나 좋기에 '유기동물들의 지상낙원'이라고 불릴까 궁금했다. 드넓은 잔디밭에서 개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 낙원 맞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당연했다. 처음부터 보호소가 아니라 반려동물을 동반해서 오는 애견운동장이었으니까. 실내 공간도 잘 꾸며져 있었다. 견주와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쉼터를 조성하고 드라이룸 등 목욕 시설도 잘 갖춰 놨다. 게다가 수영장까지.

이 소장은 "이곳은 최대 300마리 개들이 뛰어놀기에 적당한 크기"라며 "그런데 750마리가 와 있으니 개들이 영역 다툼을 하고 잔디들도 많이 시든다"고 말했다. 개들의 활동 공간이 좁아질수록 서로 무는 사고도 발생한다. 개들이 늘어나지 않아야 서로 안전하게 맘껏 뛰어놀 수 있으니 개체수를 줄이는 것은 이곳의 고민거리다.

기자가 키우는 강아지에게 먹이기 위해 돈 주고 구입한 내추럴발란스 사료. 강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했다. 로얄캐닌, 캣츠랑 등 사료도 놓여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왜 이렇게 개들이 늘어난 걸까? 이 보호소는 군산시와 위탁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이 소장은 "2018년 2월 군산시에서 개들을 잠깐만 맡아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50마리였다"며 "그전엔 사실 유기동물에 대해 잘 몰랐다. 50마리만 관리해주다 입양 보내고 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소문이 나면서 개들이 점점 늘어났다"고 말했다.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도 있고, 다른 지자체 보호소에서 동물들이 안락사를 당할까봐 구조해서 버리는 사람 등등. 전국에서 이곳에 개를 버리니 입양을 계속 보내도 끝이 없었다.

군산은 GM공장과 하청업체들이 있던 지역이다. 공장에서는 진돗개와 같은 큰 개들을 키웠다. 하지만 공장이 폐쇄되면서 개들이 버려졌다. 일부는 야생성이 살아나 들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개들은 입양이 쉽지 않다. 이 소장은 "다시 생각해서 개를 버리는 건 괜찮다"며 "그런데 사나운 개를 버려서 다른 개들이 물려죽거나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보호소를 둘러보다 목줄에 묶여 있는 개들이 여러 마리 보였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 개들을 훈련시켜서 입양을 보내거나 이곳에 적응시키기 위해서였다. 처음 개들이 입소하면 목줄에 묶은 상태에서 교육을 한다. 사람이나 다른 개들이 다치면 안 되고 예방접종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잘 받은 개들은 해외로도 입양을 많이 간다. 해외에서는 '한국은 개고기 먹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어서 잡아먹힐까봐 데려간다고 한다. 이 소장은 "봉사자들이 꽤 많이 찾아오는데 외국 봉사자들도 있다"며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우리나라도 이렇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고 환경이 좋은 보호소가 있다는 것을 적극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말에서 사명감이 묻어났다.

이정호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센터 소장이 5월 31일 센터에서 입양 간 강아지를 반기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하루 사료량만 200㎏…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 절실"

보호소 곳곳에는 사료가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 많은 개들에게 하루에 먹이는 사료량만 200㎏ 이상이다 보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업체에서 기부를 받기도 하고 센터에서 돈 주고 사기도 한다. '사료가 항상 부족하다'는 이 소장의 말에 집에서 가져온 사료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사실 요즘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사료업체들이 많아 기부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사료를 사서 유기동물을 후원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보호소에는 고양이들도 있었다. 아픈 길고양이들을 구조해 치료한 뒤 방사하거나 입양 보내주는 일을 한다. 고양이들을 위한 실내 공간도 따로 있었다. 이 소장이 보호소를 하면서 그의 부인 또한 유기동물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입양 갔을 때 가정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침대에서 함께 자기도 했다. 고양이들을 치료하다 옴에 걸려 부인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건강이 많이 나빠지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코끝이 찡해졌다.

이 소장이 애견운동장만 하고 당초 계획한 동물매개치유 교육을 했더라면 수입이 적지 않았을 터. 하지만 보호소를 하면서 대출을 받아 빚만 생겼다. 다른 보호소들이 후원을 먼저 받고 환경 개선을 했다면, 이곳은 사비로 환경을 조성한 뒤 생업을 포기하고 유기동물들을 위해 자리를 내 준 셈이다. 이렇듯 도움이 절실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후원을 받기 위해 만든 것이 사단법인 리턴이다.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려보내자는 의미의 '리턴' 이름을 짓기까지도 수개월이 소요됐다는 후문이다. 이 소장은 후원 문제도 봉사자들에게 모두 맡겼다고 했다.

군산시 유기동물보호소에 설치돼 있는 고양이 실내 보호공간. © 뉴스1 최서윤 기자

보호소를 떠나기 전 이 소장에게 안락사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는 안락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할 테지만 어떤 사람들은 비난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안락사 하지 말라는 사람들에게 막상 개를 데려가라고 하면 거부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남모를 고심이 느껴졌다.

유기견 안락사의 최종 결정은 봉사자와 직원, 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안락사심의위원회에서 한다. 사나운데 행동교정이 되지 않거나 질병을 심하게 앓아 삶이 고통스러운 개 등을 심사해 보내주는 것이다. 안락사를 한다고 해도 법적 보호기간인 10일이 지나서 바로 하는 게 아니다. 최소 3개월 이상 데리고 있으면서 지켜본 다음 개선 여지가 없을 때 논의에 들어간다.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진행하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 소장은 논의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이곳은 영농조합법인인 군산도그랜드와 군산시, 봉사자들이 하나 돼 끌어가고 있다"며 "제가 할 일은 보호소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동행한 박서정 그린볼캠페인 단장은 "유기동물들의 천국이라는 얘기만 듣다가 막상 와보니 좋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며 "입양 캠페인 등을 통해 끝까지 책임지고 키울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하는데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의 입양 캠페인은 매주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군산시가 위탁 계약한 유기동물보호소 '도그랜드' 내외부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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