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0:23 (토)
[기고]수의사 처방 동물용 약품 품목 확대에 대해
[기고]수의사 처방 동물용 약품 품목 확대에 대해
  • (부산=뉴스1)
  • 승인 2020.06.09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LIFE) 대표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LIFE) 대표.© 뉴스1

(부산=뉴스1) = 2016년 5월 TV프로그램 동물농장을 통해 고발된 '강아지 공장' 사건은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잔인하게 동물들을 학대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강아지 공장 사장은 수 백 마리의 개를 사육하면서 강제 교배, 발정 유도제, 항생제, 마취제를 자가 주사하고 심지어는 제왕 절개를 농장 한 켠에서 직접 시술하는 등 잔혹 행위들을 일삼았다.

그럼에도 동물학대와 불법진료 위반 등으로 처벌 받을 줄 알았던 그녀에게 부가된 처벌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뿐이었다. 제왕절개를 할 때 마취제 졸레틸이란 마약류 관리대상 약물을 허가받지 아니한 자가 보관하고 있었다는 법률 위반이었다.

생명을 학대하고 수의사법을 위반한 불법진료 행위는 당시 가축을 사육하는 축산인을 배려한 '가축 자가진료 허용 규정'으로 인해 면피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공분은 극에 달했고, 동물학대범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입법 청원으로 이어졌다. 당시 강아지공장 철폐, 동물학대와 자가진료 금지를 위한 입법 청원 캠페인에 30만명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캠페인을 준비한 나로선 일찌감치 서명지가 동나 인근 사무실에서 서명지를 출력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 일을 계기로 2017년 7월1일 개와 고양이를 가축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 진료행위가 금지됐다. 동물학대 행위와 반려동물 자가진료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3년이 지난 2020년 2월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에서 적발된 '고양이 공장'에서는 40평 주택 내부에 230여마리의 고양이들이 비좁은 철장에서 사육되고 있다가 적발됐다. 현장에서는 주사기와 약병들이 다량 발견돼, 경찰이 동물보호법 위반(무허가 동물생산업, 동물학대)과 수의사법 10조(무면허 진료의 금지)위반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2020년 5월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서 적발된 비닐하우스는 110여마리의 고양이들이 사육되고 있던 '고양이 공장'이었다. 이전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수 많은 주사기들과 항생제, 백신들이 발견됐다. 역시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및 수의사법 10조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수의사가 처방하는 동물용 약품의 품목 확대로 수의계와 동물약사회 간에 논쟁이 뜨겁다. 수의계는 동물의 권리와 직업의 전문성을 근거로, 약사회는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근거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강아지 공장'과 '고양이 공장'을 현장에서 직접 고발했던 필자의 견해는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동물용 약품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동물생산 시설에서 자행되어지는 동물학대와 약물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용 약품의 유통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

동물 약품의 유통이 느슨하면 불법 동물 생산업자들의 무분별한 무면허 진료행위를 막을 길이 더욱 요원해진다. 무면허 진료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무허가 동물생산업은 더욱 더 번성해 일반 주택가로도 깊숙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동물을 끊임없이 착취하고 학대하며 본인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다.

동물 약품의 무분별한 유통은 약품 자체의 위해성(생물학 제재인 백신 등) 뿐 아니라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공중보건 문제, 자가 주사로 인한 동물의 건강 문제, 주사바늘과 폐백신 처리와 관련된 환경문제 등 여러 복합적인 위험성을 방치하게 된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들을 진중한 고민 없이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며 경계해야 한다. 온갖 불법 현장을 발로 뛰며 처참한 동물들을 직접 대하는 동물보호 활동가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

물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동물병원의 문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제적 유불리만 따지는 사이에 동물들에게 더 큰 위해가 따를까 염려스럽다.

이 문제는 현재 정부와 수의사회가 '표준수가제 도입'을 목표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동물의료비 지원 조례(부산광역시) 및 공적 동물의료보험제도의 시범 시행을 통해서도 개선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 수의사회 또한 현재의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한다.

수의처방 동물 약품 확대 정책의 최고 수혜 대상은 동물이어야 한다. 무자격자가 향정신성 의약품을 이용해 개의 배를 갈라도 처벌 받지 않는 현장을 목격하고 4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게 없는 현실을 목도한 필자의 눈에는 더욱 더 그렇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