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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위해 새 다리 부러뜨린 적 있다"…동물권 실종된 촬영현장
"촬영 위해 새 다리 부러뜨린 적 있다"…동물권 실종된 촬영현장
  •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승인 2020.09.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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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10월말 미디어가이드라인 배포 예정
촬영현장의 동물복지 실태조사(카라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방송에 출연하는 동물을 보호·관리할 기준이 마련돼지 않아, 촬영현장의 동물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10일 '촬영현장의 동물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카라는 실태조사를 위해 지난 6월5일부터 28일까지 영화, 방송, 뉴미디어 종사자 15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동물촬영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5%가 가이드라인 없이 동물촬영이 진행됐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8%가 촬영을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를 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3%는 사고로 동물이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일부는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다리를 부러뜨렸다" "촬영 중 놀란 말을 멈추게 하기 위해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 "토끼를 촬영하던 중 추위와 담당자 관리 소홀로 죽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응답자의 8%는 출연동물로 인해 인간이 다친 적도 있다고 답했다.

동물을 보호할 예방책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20% 만이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촬영현장 인근의 동물병원 위치를 사전에 파악했다고 말했다.

동물 출연을 대체할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장면 연출을 고려한 적이 '있다'(41%)고 답한 비율은 '없다'(58%)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CG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로는 '예산부족'(41%)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서'(33%)라는 답변순이었다.

촬영을 위해 구매했거나 포획한 동물을 어떻게 처리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2%가 '입양을 보냈다', 16%가 '업체에 되팔았다', 8%가 '모른다'고 답했다. '폐사(사망)했다'는 답변도 응답자의 3%로 나타났다.

카라는 "촬영 이후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이나 말은 소속이 분명하기 때문에 대부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어류, 조류, 야생동물의 경우 폐사나 방사, 재판매로 후속 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촬영환경 개선을 위해 응답자들은 '출연동물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관리체계'(33%)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태프 대상 동물권 교육 의무화'(23%), '동물배우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21%)가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서울특별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동물과 인간이 안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카라는 "10월말 열리는 카라동물영화제에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시민들과 촬영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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