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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반려동물 항암치료, 망설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
[기고]반려동물 항암치료, 망설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9.1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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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동물의료센터 종양내과과장 고한아 수의사
항암치료 중인 강아지. 사진 VIP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항암치료요? 구토하고 얼굴은 수척해지고 머리카락도 모두 밀어야 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은 '항암치료'하면 힘들어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항암치료를 결정한다. 혹자들은 몸이 많이 힘들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항암치료를 망설이기도 한다. 그러나 수의학에서의 항암치료 개념은 인의(사람의학)와는 조금 다르다.

반려동물에게 항암치료는 '종양세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더라도 종양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멈추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들은 종양의 성장이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줄어들기 때문에 항암치료는 큰 의미가 있다.

◇ 반려동물의 치료기준, 사람과 다르게 적용해야

강아지, 고양이의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짧다. 그만큼 질병, 종양세포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심하다. 이 때문에 항암치료를 통해 반려동물이 고통 없이 정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건강한 상태로 보호자와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항암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반려동물 치료에 있어 득과 실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과 다르게 작용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항암치료를 포기하는 보호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물론 반려동물도 항암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완치라는 개념은 사람과 같다. 항암제의 종류는 인의와 동일하다.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화학적 항암제는 왕성하게 분열하는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다. 따라서 항암치료 시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골수, 모근, 장상피 등 정상 장기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경우 빈혈,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면역부전, 탈모, 식욕부진, 구토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은 사람보다 덜하다. 발생하더라도 치료를 통해 대부분 개선이 가능하다. 부작용이 개선된다고 해도 반려동물이 아직 증상이 없는 조기 발견된 상태라면, 보호자들은 항암치료를 더욱 주저하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강아지, 고양이가 별다른 증상도 없고 잘 지내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고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해서다.

그러나 현대 수의학에서는 '종양이 가장 작았을 때 가장 공격적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종양치료의 최선의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진단을 내린 시점이 사실 치료의 최적기다. 종양이 조기발견 되더라도 결정을 주저하는 사이 종양은 전신으로 전이될 수 있다. 그만큼 완치 확률은 줄어든다. 이미 반려동물이 증상을 보인다면 그만큼 종양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땐 처음 진단 시점보다 치료반응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항암부작용보다는 생명연장, 삶의 질 향상의 기회가 더 크다. 따라서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항암치료를 받은 개 악성림프종 환자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논문에 따르면, 총 123마리의 개 중 64마리(53.3%)에서 항암치료에 의해 삶의 질이 향상됐다. 종양의 진행과 부작용 등으로 삶의 질이 감소된 경우는 24마리(20%)였다. 그럼에도 65%의 보호자는 항암치료에 '만족한다', 73.2%는 '다시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면 하겠다'고 답했다. 경험상 완화치료를 진행한 보호자들의 대다수가 반려동물들이 투병 기간에도 고통 없이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고마워했다.

 

 

 

반려동물 항암치료 공간. 사진 VIP동물의료센터 제공 © 뉴스1

 


◇ 수의계, 항암제 두려움 줄이고 삶의 질 개선 노력

또 다른 걱정거리는 항암제에 대한 동거 가족들의 건강상 폐해다. 집에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가 있거나 질병 치료중인 어르신들 혹은 임신중인 가족들이 동물환자에게 사용되는 항암제에 의해 혹시 모를 건강상 위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것이다.

수의학계에서는 이러한 보호자들의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종양세포의 억제를 더 강화하기 위한 수의전용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수의내과학회(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나 미국 국립 직업안전위생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등과 같은 국제적인 학회 및 연구소에서 권고하는 수준의 안전한 항암치료시설을 구비하기 위한 노력도 한다.

VIP동물의료센터(동물병원)에서도 종양전담의료진들이 항암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이동 동선을 최소화해 항암제로부터 오염을 방지하고 환자에게 안정을 줄 수 있도록 독립된 항암실이 운용되고 있다. 반려동물은 털이 있다 보니 항암제를 다루거나 처치 과정에서 공기 중에 노출되는 항암제가 동물의 털에 묻을 수 있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항암실 내에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생물안전작업대(Biological Safety Cabinet, BSC) Class 2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항암제가 외부 공기 중으로 노출되지 않게 방지하는 CSTD(Closed System Transfer Devices)와 철저한 보호장비를 갖추고 안전하게 항암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수의학계의 이러한 노력은 안전한 항암치료를 통해 가족들의 항암제로 인한 걱정을 완화하고 동물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항암치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 더 많은 반려동물들이 암을 극복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호자들과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글 VIP동물의료센터 종양내과과장 고한아 수의사·정리 최서윤 기자

 

 

 

 

VIP동물의료센터 종양내과과장 고한아 수의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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