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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으면 행복?…'감옥'같은 사설동물보호소 허가제 절실
살아만 있으면 행복?…'감옥'같은 사설동물보호소 허가제 절실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12.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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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 안되는 보호소, 정부 개입 필요성 제기
한 견사에 여러 마리의 개들이 있고 쥐들이 돌아다니는 사설동물보호소 ©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동물학대와 후원금 횡령 등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허가제 전환'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스러운 시간만 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8일 동물보호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사설 보호소의 실태를 고발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A보호소에서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민원도 들어왔다. 하지만 사설 보호소는 점검을 나가도 별다른 조치를 하기가 쉽지 않다. 실태 또한 내부 고발 등이 있어야만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보호소 개설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개인이나 기업들도 후원이나 봉사활동을 할 때 검증된 곳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좁은 견사, 쥐와 함께 생활"…환경 '최악'

농림축산식품부의 '사설동물보호소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마련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설보호소는 전국 82곳으로 집계됐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면서 안락사를 줄이기 위한 사설 보호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기동물의 상당수는 지자체 위탁 보호소에 입소한지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등으로 생을 마감한다.

문제는 사설 보호소의 실태 파악이 잘 되지 않는데다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비좁은 견사에 여러 마리의 동물들이 들어가 있다보니 서로 싸우다 다치기도 한다. 견사를 돌아다니는 쥐들이 옮기는 병균에 감염되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치료를 제때 받기도 힘들다.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명 연장만 하고 있는 셈이다.

비좁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사회화가 잘 안 돼 있는 경우도 많아 보호소 직원이나 봉사자들이 개들에게 물리기도 한다. 개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큰 소리를 지르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학대 영상 등이 존재하지 않으면 현장에 가도 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공무원들의 하소연도 있다.

관리 인력이 없다 보니 제때 사료와 물조차 주지 못하는 보호소들도 있다. 보호할 능력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와 고양이들을 계속 구조해 애니멀호더(동물을 병적으로 수집하는 사람)라는 비판도 받는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한숨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 "보호소에서 개체수 늘어도 제재 안 돼"

또 다른 문제는 개체 수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을 입양 보내거나 안락사 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키우면서 동물을 추가 구조한다. 또 자체 번식하는 숫자도 꽤 많다. 암수 분리나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다보니 개체 수가 대책 없이 늘어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사설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은 정부가 관리하는 유기동물 집계에서 제외돼 있다. 개체 관리카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아 개체 수 파악조차 안 되는 곳들도 많다. 원래 야생에 살았거나 개농장 개들을 포함해 현실적으로 입양이 쉽지 않은 대형견들을 보호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보호를 이유로 개체 수가 늘어나도 제재 방법이 없다. 수의사들이 의료봉사를 하기도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사설 보호소는 개인 또는 단체가 자비나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보호소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생기거나 불법 안락사, 후원금 횡령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곳들이 생겨나면서 후원의 손길도 줄어들었다. 검증되거나 학대당한 동물 구조 등 자극적 영상을 홍보하거나 대형 동물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에 후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의 경우 46억여원을, 카라는 37억여원의 수입을 올리며 보호소를 신설하거나 추가 신설 계획을 세웠다. 반면 후원금이 거의 없으면서 개체 수만 늘어나는 보호소는 사료비조차도 충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호소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B동물보호소장은 주인이 따로 있는 죽은 개를 이용해 모금을 했다가 비난에 직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를 두고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개가 죽고 나서도 모금을 한 것은 분명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평소 후원금을 받기 힘든 곳은 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 있다. 후원이 힘든 사설보호소들의 한계"라고 말했다.

◇ 사설보호소, 규제도 지침도 없다

이 같은 사설 보호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설에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관리 지침도 없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상황이다. 시 위탁 보호소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계약 해지 등을 할 수 있지만 사설 보호소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호소 중에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 구역에 위치한 곳도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시도지정문화재구역과 가축사육제한구역부지에 위치한 보호소도 존재한다. 불법 건축물도 문제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다보니 화재로 인해 동물들이 불에 타 죽은 보호소도 있다.

동물들의 분뇨로 인해 토양이 오염되기도 한다. 지난해 C보호소의 경우 관계기관으로부터 가축분뇨법에 따른 사용중지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불쌍한 동물들이 산다'는 이유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이 들어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간 사례도 있었다. 지자체 관계자는 "환경부와 공동 점검을 나가 폐기물관리법 위반 벌금을 내게 하는 것 정도만 할 수 있다. 이마저도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면 사실상 받기도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임의로 운영되고 있는 보호소를 허가 절차를 밟게 하고 동물보호법상 명시된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 따라 운영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농식품부 보고서를 작성한 이혜원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대표는 "82개 보호소 중 42개가 개인이 운영하면서 인력난, 재정난 위험에 빠져 대처에도 한계가 있다"며 "개인이 아닌 단체로 등록해 운영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보호소 동물들을 중성화하고 내장칩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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