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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동행] 개농장서 구조된 생명들에게 새 삶 선물하던 날
[최기자의 동행] 개농장서 구조된 생명들에게 새 삶 선물하던 날
  • (김포=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1.03.04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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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수의사회, 유기견보호소에서 봉사활동
[편집자주]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 전국 각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려동물 관련 행사가 열립니다. 봉사활동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꼭 가보고 싶은 행사인데 취소되거나 가기 힘든 상황이 돼서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행사들을 '최기자'가 대신 가서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동물 구조 현장이나 야생동물 등 '생명'과 관련된 현장은 어디라도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동물이 동행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2월 28일 경기 김포시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 남양주시 개농장에서 구조됐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김포=뉴스1) 최서윤 기자 = "깨깽~ 깽!"

태어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강아지의 비명이 주변에 퍼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목줄을 채우려하자 강아지는 잡히지 않으려 버텼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울부짖었다.

이 모습을 본 한 남성은 잔뜩 긴장한 강아지를 보고 "괜찮아. 나야 나~ 나 알지? 착하다"라며 천천히 다가갔다. 이내 목줄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남성이 달래는 목소리에 안정감을 느꼈던 걸까. 목줄을 채우고 살포시 안아주자 강아지는 언제 비명을 질렀냐는 듯 조용해졌다.

지난달 28일 경기 김포시의 한 사설 유기견보호소에서 목격된 모습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누가 개를 잡으려고 하는 줄 오해하기 십상인 상황. 실상은 수의사들이 개를 살리고 좋은 가정에 입양 보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경기도와 경기도수의사회 동물사랑봉사단, 김포시수의사회, 인천시수의사회 야나는 이날 48마리 동물들의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 중성화수술은 개체수 조절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최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면서 수의사들은 올해 첫 봉사활동을 했다.

48마리 중 상당수는 최근 경기 남양주시 개발제한구역 내 위치한 한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이었다. 진돗개와 동물보호법상 맹견인 도사견 혼종(잡종)이 주를 이뤘다. 해당 농장주는 보상을 노리고 불법으로 400여 마리 개들을 데리고 있었다. 식용으로 팔아넘긴 개들도 있었다고 한다.

개들은 우여곡절 끝에 구조됐다. 그동안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였는지 구조된 개들은 유독 겁이 많아 보였다. 특히 수의사들이 중성화를 위해 목줄을 들자 이리저리 도망가기 바빴다.

친구들이 목줄에 묶여 식용으로 팔려나간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생후 1년이 안 된 강아지는 유독 겁을 많이 냈다. 하지만 목줄을 채운 뒤 달래고 담요를 덮어 진정시키자 강아지는 금방 순둥이가 됐다.

경기도수의사회 등은 2월 28일 김포시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중성화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사들은 개들을 마취하고 수술 부위 털을 민 뒤 중성화수술을 이어갔다.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이라고 해서 함부로 수술하진 않는다. 봉사하러 나온 수의사들은 개들의 눈에 안약을 넣어 수술하는 동안 건조하지 않게 해줬다. 또 누워 있는 자세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수시로 확인했다. 수술이 끝나면 수액까지 맞춰 빠른 회복을 도왔다.

개들도 수의사들의 그런 마음을 읽은 모양이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깬 이후에는 처음에 경계하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개농장 출신이라는 편견이 없다면 서로 붙어서 자는 모습은 마치 애견유치원의 강아지들과도 같았다. 보호소에서는 중성화가 완료된 개들을 국내 또는 해외로 입양 보낼 예정이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한 수의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들도 환경의 동물이다. 개농장이 아닌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면서 살았다면 경계도 덜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좋은 가정을 찾아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서 마음 편하게 봉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수의사회 등은 2월 28일 김포시의 한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중성화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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